한국과 일본은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도 빼닮았다.

그러나 역사문제만 나오면 시끄러워진다.

두나라간 현안에는 늘 "과거사"가 따라다닌다.

일본 천황과 총리가 수차례 사과를 했지만 과거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게 일본측 생각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이번에도 일본측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있는 문제는 역시 과거사 문제다.

한국은 이번에도 "과거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진정한 우호협력"을 위한 조건으로 또다시 과거문제를 들추고 나온 것이다.

일본 정부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95년8월에 아시아를 대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과"를 한국측에 전할 방침이다.

그러나 창씨개명, 일본어 강제교육 등 구체적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종전과 마찬가지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일파"로 기대를 모아온 김대중 대통령이 들어서고도 역사문제 만큼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있다는 것이 일본측의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이처럼 과거사 문제는 양국간 협력증진에 최대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일본측은 역사 문제를 내세우는 한 두나라간 협조관계는 큰진전이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관계자들은 김영삼 전대통령 이후 "염한 혐한감정"이 확산돼 왔다고
지적한다.

한.일협력 관계에 대한 김전대통령의 부정적인 견해가 두나라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일본측은 또 국교정상화 이후의 협력관계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주도록
내심 바라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과거 제외"선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거제외를 통해 한국의 반일감정을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측은 표현만 달리한채 반복되고 있는 "사과"열전도 못마땅해 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에 몇번이나 똑같은 사과를 해야되는가"라는게 혼네(마음속에
품고 있는 진심)라고 할수 있다.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과거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는게 일본측 시각이다.

일본에 경제지원을 요청하면서도 과거문제를 내세워 일본을 두들겨패는
식으로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가 현실적으로 통하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두나라간 현안에는 역사 문제가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든다.

한.일어업협정의 타결도 그 사례의 하나다.

두나라는 서로가 요구해온 중간선에서 타협점을 찾아냈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볼때 상식적인 결론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일본측에서는 "한국에 지나치게 양보했다"고 반발했다.

한국에서도 독도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불만들이 쏟아졌다.

뜨거운 감자인 독도문제가 또다시 거론되고 만 것이다.

9월26~27일 이틀동안 미야자키에서 열린 "한.일역사포럼"의 참석자들은
"과거 불행한 역사의 속박에서 탈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역사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일역사포럼은 지난해 양국정부 합의로 설치된 "한.일 역사연구 촉진
공동위원회"의 제1차 전체회의로 열린 것이다.

이날 역사포럼은 과거사 연구를 위해서는 "자료의 개방"과 "마음의 개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역사 해석은 학계에 맡기고 더이상 과거사 논쟁을 삼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이 가깝고도 가까운 사이가 되기위해서는 하루빨리 과거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는 점은 한국과 일본 어떤 입장에 서건 동일한
것같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