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게 이해당사자들이 필요성과 방법론에
공감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5대그룹의 경우 필요성에는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정부나 은행이 압박을
가하는 방식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부실계열사를 잘라내는 것에도 소극적이다.

과거 우량계열사가 총력을 쏟아 중점육성사업을 지원해 성공을 거둔 예가
얼마든지 있다는 게 5대그룹의 주장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은 대체로 "생존" 차원에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곳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손실을 감수하는데는 주저한다.

채권단도 마찬가지다.

담보를 가진 채권단 입장에선 굳이 대출금 출자전환처럼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으려 한다.

무담보 채권자들도 손실부담이 너무 크다며 막상 부채구조조정방안 앞에선
고개를 젓고 있다.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가선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손실분담의
방정식"을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채권자가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는 경우 기존 대주주의 손실을
극소화하기 위해 전환주식을 우선주로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공방과 관련이 있다.

대주주에게만 책임을 묻는데 대한 반론이라고 볼수있다는 것이다.

채권자 주주 임직원 등이 공평하게 손실을 분담하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손실분담은 정확한 기업가치평가 작업을 전제로 할때 가능하다.

기업가치평가는 살려두는 게 이익인지,아니면 청산시키는 것이 나은지를
가름하는 잣대다.

대다수 워크아웃기업들이 현재 회계법인으로부터 자산실사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대그룹도 자산실사를 받고 있다.

일단 살릴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판정되면 적절한 부채구조조정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감자나 대출금 출자전환도 부채구조조정의 일환이다.

그러나 회계법인이 짧은 시간에 비계량적인 요소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기업이나 은행이 미리 내려놓은 결론에 꿰맞추는 식의 기업
가치평가가 이뤄질 위험도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구조조정의 "주역"으로 부상한 은행의 의지와 능력도 중요하다.

은행은 흔히 환자인 기업을 수술하는 의사에 비유된다.

문제는 의사도 환자인데다 수술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외국전문의사라고 할 수 있는 외부자문그룹을 은행에 지원, 수술능력
을 보완해 주기로 했다.

또 64조원을 투입,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이상으로 높여
은행이 건강을 회복토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 정도 지원으로는 역부족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