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기원은 옛날 스코틀랜드 지방의 목동들이 애인을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양을 모는 작대기를 사용해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예부터 자치기라는 놀이가 있어 흔히 골프와 비유되고 있다.

자치기는 땅에 갸름하게 구멍을 파 한쪽 끝에 짧은 막대를 비스듬히 꽂아
걸쳐놓은 후 그것을 긴 막대기로 살짝 내리쳐 튀어 오르면 그것을 옆으로 쳐
날려보내는 놀이다.

흙구멍에 꽂혀있는 막대가 마치 옥문에 삽입되어 있는 물건과 모양이 흡사한
묘한 놀이다.

이 놀이에는 긴 막대기(클럽)와 짧은 막대(볼)가 있으며 기다란 동네길
(페어웨이)과 구멍(홀)도 있어 골프와 아주 유사하다.

또한 막대를 잘못 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남의 집 유리창을 깨면 집주인
에게 매우 혼나는 것도 골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OB와 같다.

그러나 다른 점도 많다.

골프는 홀을 향해 샷을 날리는 데 반해 자치기는 그속에 꽂혀있는 막대를
얼마나 멀리 날려보내느냐가 실력을 좌우한다.

또한 골프는 정지된 볼을 치는데 비해 자치기는 일단 공중에 띄워놓고 다시
때리는 고도의 테크닉을 요한다.

게다가 골프의 구멍은 모양이 정해져 있지만 자치기는 그곳에 삽입할 막대의
길이와 굵기를 감안해 길고 좁게 또는 깊게 식성대로 파 만들 수 있다.

그야말로 전천후의 궁합을 구사할 수 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소위 "예쁜이 수술"이라는 것을 해줄 때 환자 배우자의
사이즈가 유사시 얼마나 커지는지 들여다 보고서 거기에 맞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앞으로는 자치기의 이러한 장점을 참고로 해 주문제작
으로 그 수술을 한다면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또 볼 역할을 하는 짧은 막대는 가능한한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야 장타가
나며 막대를 구멍의 경사와 잘 맞춰 끼워야 만족스러운 샷이 나온다.

물론 다양한 스윙자세를 구사할 수 있으므로 자세에 따라 막대가 꽂히는
각도도 유연하게 달리해야 한다.

남녀간 운우를 즐길 때 체위에 따라 각도가 달라야 한다는 유의사항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특히 스윙할 때 헤드업을 하는 경우 골프에서는 생크 한번 나면 그만이지만
자치기에서는 막대가 구멍에서 그냥 빠져버려 김이 새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유사하다.

이렇게 치밀한 기획력과 본능적인 감각을 겸비해야만 하는 어려운 운동을
즐겨온 우리 민족이 이제야 세계적인 골프스타를 배출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 장홍열 한국신용정보(주) 사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