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디자인계의 "시조"격인 박종서 현대자동차 상무는 후배
양성에도 관심이 높다.

자동차 디자이너 지망생이라면 그가 던지는 충고의 한마디를 귀담아 들어볼
만하다.

<> 상상한대로 된다는 확신을 =

마음대로 그리고 마음대로 상상하라.

마음먹은 것은 다 된다고 믿어라.

디자인은 돈 드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 풍부한 아이디어가 재산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학교 교육은 정말 문제다.

어릴때부터 그저 외우는 것만 가르친다.

대학의 디자인과에서도 창의력을 길러 주기는 커녕 밑천이 곧 드러날
잔기술만 가르치고 있다.

대학 작품 전시회에 가보면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에 실망할 뿐이다.

이래선 외국의 훌륭한 디자이너들처럼 자신과 싸우는 방법을 알 수 없다.
(박 상무는 역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별도로 숙제를 내주며
개인교습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 다양성이 다양성을 낳는다 =

창의력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

음악도 좋아하고 춤도 좋아하고 패션디자인 유리공예 보석공예 등 문화
전반에 걸쳐 폭넓게 알아야 한다.

자동차 디자인은 복합 예술이다.

실제로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미래 도시환경 경제변화 인구변화 등 다양한
사회학적 요소가 얼마나 중시되는 지도 알아야 한다.

디자인 또는 자동차만 공부해서는 제대로 된 것이 나올 수 없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에서는 미국의 포르노 만화잡지까지 정기구독하고
있다.

거기서도 배울 게 있다.

그림 솜씨 하나는 기가 막힌다.

자연이 디자인의 "영원한 전형"이 될 수 있는 것도 그 다양성 때문이다.

<> 겉절이 맛은 손맛이다 =

손으로 직접 그리는 연습을 많이 하라.

컴퓨터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

겉절이가 맛있는 것은 어머니의 손맛 때문이다.

디자인은 컴퓨터로 국화방 찍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연필로 정확히 표현해 낼 줄 안뒤에라야 컴퓨터
라는 또다른 "연필"이 의미를 갖는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에 입사하면 1천4백시간의 기본 교육을 받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선채로 "선"만 그리는 연습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