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양떼와 역개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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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싱턴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양떼(herd)현상"이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국제자금이 마치 양떼 같다는 뜻이다.
겁 많은 양떼는 조그만 소리에도 놀란다.
일시에 좁은 탈출구로 몰리는 양떼들은 많은 국가와 시민들을 곤경으로
몰아 넣었고 그 현상은 이제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이 극단적 불안심리에 휩싸여 있다는 증거는 미국재무부증권
(TB)에 몰린 양떼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믿을 것은 미국정부가 발행한 TB밖에 없다는 양떼심리가 그것이다.
이에따라 피난처(safe haven)가 된TB는 이제 부르는 게 값이고, 그 결과
30년 짜리 TB수익률은 바닥을 기어 연4.88%까지 떨어졌다.
미국연준리(FRB)가 적용하는 하루짜리 할인금리(연5.25%)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다.
금리를 내리기 전 수준인 연5.50%에 비하면 62bp나 높은 것이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한다는 일반적 현상을 무너뜨리고
낙타봉 금리구조(humped curve)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양떼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야가 세계 금융인들의
가장 큰 관심이자 중요한 의제로 부각됐다.
이같은 배경을 깔고 보면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서 G22회원국들이 국제투기자금에 대해 규제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같은 합의는 전세계적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와 역개방주의를
공존시키는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 러시아 그리고 남미의 위기는 이들 국가들이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선진국의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양떼현상이야말로 이들 국가의 문제를 위기로 까지 증폭시킴과
동시에 이를 전세계로 파급시키는 독버섯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에 대해
선진국들이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위기극복에 큰 도움이 될수 있다.
특히 단기자금이 일시에 썰.밀물처럼 빠지고 들어오면서 빚어낸 폐해를
감안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제장치는 즉각적인 실천력을 가질 수 있다.
어느 시장이든 악성양떼 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 나쁜 양들을 골라내기란 어렵다.
아니 현대자본시장의 여러 특성들을 감안해볼 때 불가능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마하티르 말레이지아 수상이 헤지펀드등 일부 투기자금들이 불순한 동기와
탐욕으로 시장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그 증거를 대지 못하는
어수룩함만 노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양떼의 흐름을 정상화시키는 것 만으로 세계가 맞고 있는 모든
위기가 해소될 수는 없다.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원기를 회복하려면 그 바탕이 되는 에너지 공급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세계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지구촌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인 미국밖에 없다.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려면 물을 집어넣고 펌프질을 해야한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진정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을 바란다면 처음 몇 바가지
물을 펌프에 집어넣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세계인들은 미국 FRB와 의회를 주목하고 있다.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하며 IMF에 대한 추가출자(1백80억달러)를 조속히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IMF총회와 G22회의에서 미국은 세계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세계인들은 이같은 공언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기를 염원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고기가 어디 있느냐(Where is the beef?)"는 표현을
즐겨 쓴다.
세계인들은 바로 미국인들이 말하는 그 고기를 찾고 있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
무리를 지어 다니는 국제자금이 마치 양떼 같다는 뜻이다.
겁 많은 양떼는 조그만 소리에도 놀란다.
일시에 좁은 탈출구로 몰리는 양떼들은 많은 국가와 시민들을 곤경으로
몰아 넣었고 그 현상은 이제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이 극단적 불안심리에 휩싸여 있다는 증거는 미국재무부증권
(TB)에 몰린 양떼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믿을 것은 미국정부가 발행한 TB밖에 없다는 양떼심리가 그것이다.
이에따라 피난처(safe haven)가 된TB는 이제 부르는 게 값이고, 그 결과
30년 짜리 TB수익률은 바닥을 기어 연4.88%까지 떨어졌다.
미국연준리(FRB)가 적용하는 하루짜리 할인금리(연5.25%)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다.
금리를 내리기 전 수준인 연5.50%에 비하면 62bp나 높은 것이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한다는 일반적 현상을 무너뜨리고
낙타봉 금리구조(humped curve)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양떼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야가 세계 금융인들의
가장 큰 관심이자 중요한 의제로 부각됐다.
이같은 배경을 깔고 보면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서 G22회원국들이 국제투기자금에 대해 규제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같은 합의는 전세계적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와 역개방주의를
공존시키는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 러시아 그리고 남미의 위기는 이들 국가들이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선진국의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양떼현상이야말로 이들 국가의 문제를 위기로 까지 증폭시킴과
동시에 이를 전세계로 파급시키는 독버섯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에 대해
선진국들이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위기극복에 큰 도움이 될수 있다.
특히 단기자금이 일시에 썰.밀물처럼 빠지고 들어오면서 빚어낸 폐해를
감안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제장치는 즉각적인 실천력을 가질 수 있다.
어느 시장이든 악성양떼 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 나쁜 양들을 골라내기란 어렵다.
아니 현대자본시장의 여러 특성들을 감안해볼 때 불가능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마하티르 말레이지아 수상이 헤지펀드등 일부 투기자금들이 불순한 동기와
탐욕으로 시장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그 증거를 대지 못하는
어수룩함만 노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양떼의 흐름을 정상화시키는 것 만으로 세계가 맞고 있는 모든
위기가 해소될 수는 없다.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원기를 회복하려면 그 바탕이 되는 에너지 공급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세계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지구촌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인 미국밖에 없다.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려면 물을 집어넣고 펌프질을 해야한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진정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을 바란다면 처음 몇 바가지
물을 펌프에 집어넣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세계인들은 미국 FRB와 의회를 주목하고 있다.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하며 IMF에 대한 추가출자(1백80억달러)를 조속히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IMF총회와 G22회의에서 미국은 세계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세계인들은 이같은 공언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기를 염원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고기가 어디 있느냐(Where is the beef?)"는 표현을
즐겨 쓴다.
세계인들은 바로 미국인들이 말하는 그 고기를 찾고 있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