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만 초입에 위치한 당진.

지명이 말해주듯 삼국시대 중국(당나라)과의 교역으로 번성했던 항구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역사교과서에나 나오는 낙후된 농어촌에 불과
했다.

지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수도권과 너무 멀어서다.

바다(아산만)가 가로 막혀 교통이 불편한데다 변변한 기반시설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개발에서 소외되다 보니 군세는 지난 20년 동안 쇠퇴일로였다.

68년 16만4천명에 이르던 인구가 97년에는 오히려 12만6천명으로 줄었다.

(당진군 통계연보)

하지만 21세기를 앞둔 지금의 당진은 활기가 넘친다.

불과 5~6년 사이 공단조성 관광지개발 고속도로건설 등 대규모 사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돼 그 역동성은 어느 개발지역 못지 않다.

서해안 시대의 산업 및 교역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준비작업인
셈이다.

공단조성공사가 진행중인 해안선 부근은 옛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읍과 면을 잇는 비포장 도로가 고작이었던 군내 도로는 대규모 확.포장공사
로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대전간 고속도로, 32.34.38번 국도, 615번 지방도
확장 및 신설 공사 등이 오지였던 당진을 사통팔달의 요충지로 변화시키고
있다.

당진의 개발사업중에는 아산만을 끼고 있는 북부해안권이 돋보인다.

갯벌과 어항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이제 고깃배가 없다.

삽교호, 장고항 등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곤 전부 매립됐기 때문이다.

고깃배와 어항 대신 석문국가공단 고대공단 부곡공단 등 대규모 공업단지가
터를 잡고 있다.

3개 공단의 면적은 4백60만평.

웬만한 중소도시 규모다.

공단에는 20여개 부두가 만들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중국을 겨냥한 물류기지다.

"당진의 현주소는 이곳 신산업벨트에서 찾을 수 있다. 공단개발이 마무리
되는 2000년초에는 공단유동인구만 2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군청 문화공보
실장 서정옥씨).

이같은 계획들이 하나씩 가시화되면서 외지인의 투자가 당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간척지 공단 고속도로 관광지 조성 등 각종 호재가 한꺼번에 맞물려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서다.

거래가 활발한 곳은 간척지가 개발된 아산만 일대 송산면과 당진화력발전소
가 들어선 석문면, 서해안고속도로 인근 송악면 일원.

이중 공단부근 송산면의 준농림지는 평당 10만~20만원.

수도권 외곽지역의 땅값과 거의 맞먹는다.

대로변은 평당 20만원을 넘는 물건이 수두룩하다.

공단입주자들을 겨냥한 생활편익시설 건설부지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송악면 일원 서해안 고속도로 초입은 평당 30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이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부동산업소 수에서 짐작할 수 있다.

4차선 확장공사가 진행중인 평택시 안중면에서 당진읍으로 연결되는 32번
국도변에는 부동산업소만 1백여개가 넘는다.

야산으로 버려졌던 대로변에는 음식점이나 2~3층짜리 상가주택이 즐비하다.

상가주택 1층 요지에는 어김없이 부동산중개업소가 입점해 있다.

몰려들고 있는 외지인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건축이 용이한 2백~3백평 짜리 물건은 없어서 못팔 정도다. 평당 10만~20만
원으로 지난 5년 사이 10배나 뛰었다"(아산만부동산 이제국씨)

당진권역의 주거 및 상업 중심지인 읍내리.

대로와 접한 대지는 1백만원을 호가한다.

군청 부근 일부 상가는 대도시에서나 매겨져 있는 권리금이 붙어있다.

"IMF 여파로 권리금이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1천만원 수준으로 꽤
높다"(푸른컨설팅 장성호씨)

서남부 산악권은 문화휴식공간으로 개발되고 있다.

김대건신부 유적지~영탑사~안국사지~충장사~영랑사를 잇는 내륙관광루트의
배후지역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돼 대로변 임야가 평당 2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싸다.

도로를 벗어난 곳은 1만원 미만도 있다.

하지만 개발잠재력이 높아 최근 땅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군내 유일의 고등교육기관인 신정전문대가 있는 정미면 일원은 평당 10만원
선에 거래되는 등 강세다.

아산권 개발계획 1차연도가 끝나는 2001년.

당진의 모습은 이렇게 그려진다.

석문국가공단 부곡공단 고대공단이 힘차게 가동된다.

항구는 중국과 수도권으로 가는 화물을 싣느라 분주하다.

목포와 인천을 잇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까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수도권과 지척이 되는 당진.

2천여년전 중국과의 국제무역항으로 누렸던 옛 영광을 되찾을 날도 이제
머지 않은 것 같다.

< 당진 =김태철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