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기자 한경제가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는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찬성"한다는 대답이 응답자의 76%에 달했다.

일본문화에 대해 본능적인 반감을 가진 기성세대로서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는 결과다.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는 응답자들이 대부분 20~30대의 연령
으로 국민전체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들이 일본문화의 실질적인 수요자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들이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찬성하는 것은 막연한 호기심이 아니라
잡지 비디오 등을 통해 얻은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를
더한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시대적 당위라면 이쯤에서 우리는 일본문화를 받아
들일 준비가 얼마나 돼있는지를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일본에는 "포르노"로 상징되는 저질문화와
함께 재패니메이션(일본의 만화영화)같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문화가
공존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처음엔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순진한 발상에서 출발했다가 "친일파"
로 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데는 일본문화의 저력이 작용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부가 일반공산품시장을 개방할 때는 사전에 국내업체가 충분한 경쟁력을
기르도록 갖가지 대책을 마련하는게 상식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문화가 일본문화를 이겨낼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영훈 < 문화레저부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