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의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이 80년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는 노동부의 발표는 임금안정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임금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조정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다.

지난 1일 현재 임금교섭이 끝난 사업장의 협약임금(총액기준)인상률이
마이너스 2.8%로 임금인상률 통계를 내기 시작한 80년이후 최저치를 기록
했는가 하면 소비자물가 상승을 감안한 근로자 실질임금도 12.4%나 감소
했다는 것은 근로자 모두에게 우울한 소식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든 기업들이 IMF(국제통화기금)사태 하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음에 비추어 임금감소폭이 이만하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안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임금은 지난 87년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해
90년대 중반까지는 연속 두자릿수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그 뒤에도
상당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해 왔었다.

그 결과 시간당 임금수준(96년 제조업 생산직 기준)이 경쟁상대국인 대만의
5.86달러나 홍콩의 5.14달러보다 훨씬 높은 8.23달러에 달해 한국기업의 국제
경쟁력 상실에 큰 요인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들어 경영환경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임금을 삭감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생산성이나
경쟁상대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우리의 임금수준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연말까지 은행권에서만도 9천명을 추가 감원해야 하는 등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임금감소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이나
정부로서는 고실업의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주당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같은 노동기회 공유제도(Job
Sharing System)는 교육훈련비 등 기업의 고정비용부담 증가를 고려할 때
근로자의 임금이 근로시간 감소폭보다 더 큰 폭으로 낮아지지 않는 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초과근무수당이 줄어들고 하반기상여금이
대폭 깎이게 되면 연말에는 임금감소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올해 1인당 국민소득(GNP)이 작년보다 3천달러 이상 줄어든 6천4백62달러에
그치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임금의 하향추세
는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의 임금정책은 물론 임금문제에 대한 근로자들의 의식도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임금.단체협약의 중복 교섭, 임금인상률 위주의
힘겨루기 등 비생산적인 교섭 관행의 낡은 틀을 하루속히 벗어나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임금제도의 도입과 기업규모간 임금격차의 완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협약 중 임금관련 부분의 성실한 이행 등을
착실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