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7일 오후 일본 황궁에서 열린 아키히토 일왕 내외 주최
국빈 만찬에 참석, 만찬 답사를 통해 양국간 상호 존중과 협력의 미덕을
강조.

김 대통령은 조선통신사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온 신숙주가 "이웃나라를
대하는 데에는 예가 기본이며 그런 다음에 그 마음을 다해야 한다"고 적은
"해동제국기"를 인용해 "5백년 후의 우리 모두에게 주는 의미가 자못 크다"고
언급.

김 대통령은 "양국간의 다양한 노력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두 나라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
하다"며 양국 지도자들이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 나가자고 제안.

김 대통령은 특히 "일본이 아시아의 경제회복을 위한 견인차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마지 않는다"면서 "우리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희망의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역설.

김 대통령은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문제와 관련, "월드컵대회는 21세기를
향한 두 나라의 동반자 관계를 세계에 과시하고 이러한 양국의 우의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 개최를
확신.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낮 12시께 특별기편으로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 도착, 4일간의 일정을 시작.

김 대통령은 공항에서 영접나온 고무라 마사히코 외상 등 일본 정부관계자
들의 인사를 받은 뒤 곧바로 숙소인 아카사카의 영빈관으로 가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

김 대통령은 이어 영빈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다음 황궁으로
아키히토 천황 내외를 예방.

<>.일본 경시청은 이날 김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때맞춰 공항과 숙소 주변
등지에 약 1만6천명의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 삼엄한 경비망을 전개.

특히 김 대통령이 특별기편으로 도착할 하네다공항 주변에서는 경찰차량의
트렁크 내부까지도 일일이 확인하는 등 물샐 틈없는 검문검색을 벌였으며
동전을 이용하는 공항 사물보관함의 사용도 중지 조치.

김 대통령 내외가 묵을 아카사카 영빈관 주변에는 10m 간격으로 무장경관이
배치됐고 도로에 철책을 설치, 교통을 전면 통제.

<>.김 대통령은 이날 일본을 국빈 방문하기 앞서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국민
인사말을 통해 "일본은 과거사의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

김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이 전후에 이룩한 긍정적인 면을 평가하고 일본과
더불어 21세기 동반자로서 양국의 국익과 아시아 세계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고 언급.

김 대통령은 또 "이번 일본방문은 과거 어느 대통령의 방문 때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례없는 중요성에 비춰 반드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

김 대통령은 특히 "한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과 양국간 경제협력 등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인권 환경 마약 범죄 청소년문제
등을 공조분야로 예시.

한편 김 대통령의 출국 행사는 10분 동안의 "초미니" 행사로 치러져 의전
간소화가 정착돼가는 모습.

환송 인사도 김종필 총리 김정길 행정자치 천용택 국방장관 김중권 대통령
비서실장 이강래 청와대정무수석 등 10여명에 불과.

<>.이에 앞서 아키히토 천황은 만찬사에서 백제문화의 일본 전래를 예로
들며 양국간 긴밀하고도 오랜 역사를 강조하고 일제의 한반도 침략에 대해
서는 과거보다는 다소 진전된 수준으로 유감을 표시.

아키히토 천황은 "한때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다"면서 "그것에 대한 깊은 슬픔은 항상 본인의 기억으로 간직
하고 있다"고 언급.

아키히토 천황은 이같은 관계에 있는 양국 역사를 토대로 서로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양국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강조.

아키히토 천황은 "최근 양국 인사들의 열의와 노력으로 상호 이해와 우호
관계가 증진되고 있음은 기쁜 일"이라며 "양국 국민이 다함께 확고한 신뢰와
우호를 쌓아 풍요로운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제의.

< 도쿄=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