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8일 한국의 경제난 극복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수출입은행이 3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토록 한다는데
합의했다.

올 12월부터 제공되는 이번 차관중 27억달러는 일본제품의 수입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비연계차관(Untied Loan)으로 이중 13억달러는 중소기업, 10억달러
는 에너지산업체, 4억달러는 한.일 합작기업에 각각 지원될 예정이다.

나머지 3억달러는 일본에서 원자재 등을 수입할 때에만 활용할 수 있는
연계차관(Tied Loan)으로 들어온다.

이번 차관은 연리 2.3%, 3년거치 5년분할상환 조건이다.

양국 정상은 이와 함께 "민관투자촉진협의회"를 개최하는 한편 투자문제에
관한 정부 고위당국자간 협의도 갖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도쿄 시내 영빈관에서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채택한 11개항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5개
분야 43개항의 행동계획(Action Plan)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또 산업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양국간 무역의 확대균형
을 추구해 나가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초고속 정보통신 선도 시험망
프로젝트에 관한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또한 컴퓨터 2000년 문제(Y2K)가 상호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적인
틀에서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을 매년 1회 이상 정례화하는 한편 양국 각료간담회도
오는 11월중 개최키로 했다.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일본대중문화를 개방해 나가겠다는 우리측 방침을 전달했다.

양국 정상은 국민 및 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오는 2002년 월드컵대회 기간중
사증발급 및 입국심사 편의 도모, 99년 4월부터 청소년 대상 취업관광사증
제도 개시 등에 합의했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일본 경제단체가 뉴 오타니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오찬에서 연설을 통해 "지금이야말로 일본기업들의 대한투자 최적기"
라고 강조하고 일본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양국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있은 일본 의회 중.참의원 합동회의연설에서 김 대통령은
"아시아의 경제위기 극복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아시아적 가치" 병행
발전을 통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 도쿄=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