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8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지도자와 국민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기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오부치
총리의 한국 방문과 재일 한국인에 대한 지방선거 참정권 부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 내용을 간추린다.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를 언급하고 미래지향적 합의를 이끌었다 하더라도
역사인식 등에 대해서는 앙금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번 합의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천황의 한국 방문 시기에 대해 말해달라.

일본문화 개방일정은 언제인가.

<>오부치 총리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김 대통령이 진지하게 평가했다.

과거 몇 차례와는 달리 이번에는 공동선언이라는 문서에 정상들이 서명을
했다.

김 대통령도 20세기는 20세기로 마무리짓고 21세기에는 전향적으로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진전된 것으로 확신한다.

김 대통령은 천황의 방한과 관련, 빠른 시일에 한국 국민들의 환영
분위기가 조성돼 성공적으로 방한하는 시기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제 천황에게 김 대통령의 뜻이 직접 전달된 것으로 안다.

일본 천황의 한국 방문은 양국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대통령 =이번에 일본정부는 공식 문서를 통해 한국에 가한 피해에
반성하고 사죄하는 뜻을 나타냈다.

또 한국을 직접 지명해 사죄의 뜻을 표현하는 등 형식과 무게에 있어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상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일본과 한국 모두 이익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

다만 아무리 좋은 선언을 발표해도 양국 지도자와 국민들의 성의있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본과 국교가 시작된 지 33년이 지났지만 일본 천황의 한국방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천황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 장래에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양국은 2002년 월드컵이란 세계적 축제를 같이 준비하는 전례없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

천황이 한국 국민의 따뜻한 영접을 받으며 방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일본문화 개방은 양국간 이해와 협력을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하고 양국
문화를 더한층 발전시켜 나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일본문화에 대해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상당한 속도로
개방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오부치 총리에게) 한일 양국의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에도 불구
하고 일본 지도층의 유익하지 못한 발언으로 인해 양국관계가 악화된 전례가
많았다.

오늘 이 선언을 계기로 해서 더이상 그런 발언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
하는가.

(김 대통령에게)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공동질문) 양국간 경제협력에 대한 소신과 의지를 밝혀달라.

<>오부치 총리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인식은 모두 발언과 공동
선언을 통해 밝혔다.

일본의 책임 있는 분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확신한다.

합의문에 서명한 책임은 김 대통령과 나에게 있지만 합의문을 실천하는 것은
양국 국민 모두의 몫이다.

김 대통령과 당선자 시절을 포함해 세번 만났다.

몇 번의 사선을 넘기면서도 확고한 결의를 가지신 분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김 대통령의 신념에 다시 한번 감동 받았다.

우리도 노력하고 양국 국민 모두 노력하길 바란다.

<>김 대통령 =먼저 1980년 5월 17일 군사 쿠테타가 나기 얼마 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 납치사건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양국 정부가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관련 범인들에 대해 처벌을 요구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이것은 인권문제기 때문에 납치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적절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래에 필요한 의견을 발표하겠다.

작년말부터 시작된 외환위기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점에 대해 감사한
다는 뜻을 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회담에서도 일본이 우리 경제위기 극복에 대해 많은 협조를
해준 의사를 표명해준 것에도 감사하고 있다.

다만 두가지를 분명히 하고 싶다.

첫째는 일본이 자국도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를 지원해준 뜻에 감사하고
우리 경제를 철저히 개혁해 반드시 복시켜 일본의 지원이 보람있게 되도록
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

둘째로 ''경제는 경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본의 대한 투자가 우리 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이익이 되게 하겠다.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

무역도 상호이익의 원칙하에 추진하겠다.

한국 수입선다변화 정책의 기한을 앞당겨 폐지했고 일본에게는 관세인하
농축산물 수입확대 등을 통해 무역역조가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도쿄=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