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농출신 '늦깎이'..노벨상 수상 조세 사라마고의 삶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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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 운이 좋아야 진정한 인생의 승자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작가 조세 사라마고(76)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60세가 될 때까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늦깎이"였다.
그러나 늘그막에 찾아온 노벨상의 영광은 그의 지난 설움을 한꺼번에
보상하고도 남는다.
8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가던중 소식을 들은 그는 "나를 위해서도 행복한 일이지만
조국을 위해 더욱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수상을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포르투갈어 작품을
읽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동안 노벨상 수상 후보로 계속 거론된 그는 리스본 부근
아진하가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 할 만큼 궁핍한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개인 홈페이지를 갖고있을 정도로 성공한 작가지만 오랫동안
공사판을 전전하며 노동자와 잡역부로 일한 상처를 안고 있다.
그는 47년 첫 소설 "죄의 농촌"을 선보인 뒤 약 20년간 공산주의자로
활동했으며 안토니오 살라자르 우익독재 정권을 상대로 투쟁했다.
66년과 70년 시집 2권을 출간하기도 한 그는 살라자르 체제가 쿠데타로
붕괴된 74년부터 소설 집필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77년작 "회화와 서예에 관한 매뉴얼"은 예술가들의 탄생 과정을 그리면서
현실 정치를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수령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 작품에 대해 "자전적인 요소를 상당 부분 담고
있지만 사랑의 테마와 윤리 문제, 여행을 통해 받은 인상, 개인과 사회에
관한 통찰력이 풍부하게 반영돼 있다"고 호평했다.
79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는 희곡과 단편 장편 시 기행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특히 82년작 "발타사르와 블리문다"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소설은 풍부하면서도 다의적인 문체로 쓰여졌으며 개인적인 문제를
역사와 결부시켜 다룬 작품.
깊이있는 통찰력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사라마고 문학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리카르도 레이스가 죽은해"(84년작)도 주요 작품중의 하나다.
1936년 독재정권하의 리스본에서 일어난 일을 소재로 했으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이는 죽은 시인인 페르난도 페소아가 스스로 창조해낸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을 계속 방문해 존재의 조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페소아가 마지막 방문했을 때 그들은 함께 세상을 떠난다.
86년 발표한 대표작 "돌뗏목(The Stone Raft)"은 초현실주의 작풍의
절정을 이룬 작품으로 꼽힌다.
이베리아 반도가 유럽에서 떨어져 나와 대서양으로 흘러간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같은 작중 상황을 통해 정부 당국과 정치인들, 특히 권부의
주역들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선과 악의 문제를 독특한 시각으로 조명한 "예수 그리스도의 두번째
죽음"(91)도 화제작.
무신론자인 그는 이 작품에서 예수가 마리아와 동거하며 십자가 처형을
모면하려 애쓰는 모습을 그려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싸움을 벌인 수사 라라 포르투갈 국무차관이 유럽문학상 후부에서
사라마고를 제외시킨 일화가 유명하다.
최근작인 "모든 이름들"(97)에서도 특유의 우화적 접근법이 돋보인다.
인구 등록사무소에 근무하는 말단 관리가 많은 이름 가운데 하나에
집착해 이를 집요하게 추적하다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그의 문학세계는 신랄한 풍자와 초현실주의로 요약된다.
억압적인 권력과 독재체제에 항의하는 수단으로 그는 현실투쟁과 우회적인
풍자의 양쪽 길을 동시에 택했다.
상상력과 우화적인 표현법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소설미학을 개척한 콜롬비아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마르케스와 비교되곤한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과 가공인물을 뒤섞는 기법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마르케스와 차별성을 갖는다.
외국어대 송필환교수는 "사라마고의 작품은 소외된 도시소시민이 주로
주인공이 등장하며 역사적 사실을 현실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게 특징"이라며
"프랑스 누보로망의 영향으로 문장단락이 없고 구어체와 따옴표를 쓰지않는
직접화법을 많이 구사한다"고 말했다.
<< 연보 >>
<>1922 리스본 부근 아진하가 출생
<>1947 첫소설 "죄의 농촌"
<>1947 65년까지 공산주의자로 활동하며 안토니오 살라자르의 우익독재에
투쟁
<>1966 시집 "가능한 시"
<>1970 시집 "아마도 행복인가"
<>1974 살라자르 독재체제 붕괴후 소설활동 재개
<>1975 시집 "1933년"
<>1977 소설 "회화와 서예에 관한 맨뉴얼"
<>1979 희곡 "밤"
<>1980 희곡 "이 책으로 무엇을 할까"
<>1982 포르투갈 PEN클럽상 수상
<>1984 소설 "리카르도 레이스가 죽은 해" 인디펜던트 포린 픽션상 수상
<>1986 소설 "돌 뗏목"
<>1987 희곡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두번째 삶"
<>1989 소설 "리스본 포위의 역사"
<>1991 소설 "예수 그리스도의 두번째 복음" 포르투갈 PEN클럽상 수상
<>1992 포르투갈 올해의 작가상 수상
<>1995 소설 "맹목(Blindness)에 관한 에세이"
<>1997 소설 "모든 이름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작가 조세 사라마고(76)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60세가 될 때까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늦깎이"였다.
그러나 늘그막에 찾아온 노벨상의 영광은 그의 지난 설움을 한꺼번에
보상하고도 남는다.
8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가던중 소식을 들은 그는 "나를 위해서도 행복한 일이지만
조국을 위해 더욱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수상을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포르투갈어 작품을
읽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동안 노벨상 수상 후보로 계속 거론된 그는 리스본 부근
아진하가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 할 만큼 궁핍한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개인 홈페이지를 갖고있을 정도로 성공한 작가지만 오랫동안
공사판을 전전하며 노동자와 잡역부로 일한 상처를 안고 있다.
그는 47년 첫 소설 "죄의 농촌"을 선보인 뒤 약 20년간 공산주의자로
활동했으며 안토니오 살라자르 우익독재 정권을 상대로 투쟁했다.
66년과 70년 시집 2권을 출간하기도 한 그는 살라자르 체제가 쿠데타로
붕괴된 74년부터 소설 집필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77년작 "회화와 서예에 관한 매뉴얼"은 예술가들의 탄생 과정을 그리면서
현실 정치를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수령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 작품에 대해 "자전적인 요소를 상당 부분 담고
있지만 사랑의 테마와 윤리 문제, 여행을 통해 받은 인상, 개인과 사회에
관한 통찰력이 풍부하게 반영돼 있다"고 호평했다.
79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는 희곡과 단편 장편 시 기행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특히 82년작 "발타사르와 블리문다"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소설은 풍부하면서도 다의적인 문체로 쓰여졌으며 개인적인 문제를
역사와 결부시켜 다룬 작품.
깊이있는 통찰력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사라마고 문학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리카르도 레이스가 죽은해"(84년작)도 주요 작품중의 하나다.
1936년 독재정권하의 리스본에서 일어난 일을 소재로 했으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이는 죽은 시인인 페르난도 페소아가 스스로 창조해낸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을 계속 방문해 존재의 조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페소아가 마지막 방문했을 때 그들은 함께 세상을 떠난다.
86년 발표한 대표작 "돌뗏목(The Stone Raft)"은 초현실주의 작풍의
절정을 이룬 작품으로 꼽힌다.
이베리아 반도가 유럽에서 떨어져 나와 대서양으로 흘러간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같은 작중 상황을 통해 정부 당국과 정치인들, 특히 권부의
주역들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선과 악의 문제를 독특한 시각으로 조명한 "예수 그리스도의 두번째
죽음"(91)도 화제작.
무신론자인 그는 이 작품에서 예수가 마리아와 동거하며 십자가 처형을
모면하려 애쓰는 모습을 그려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싸움을 벌인 수사 라라 포르투갈 국무차관이 유럽문학상 후부에서
사라마고를 제외시킨 일화가 유명하다.
최근작인 "모든 이름들"(97)에서도 특유의 우화적 접근법이 돋보인다.
인구 등록사무소에 근무하는 말단 관리가 많은 이름 가운데 하나에
집착해 이를 집요하게 추적하다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그의 문학세계는 신랄한 풍자와 초현실주의로 요약된다.
억압적인 권력과 독재체제에 항의하는 수단으로 그는 현실투쟁과 우회적인
풍자의 양쪽 길을 동시에 택했다.
상상력과 우화적인 표현법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소설미학을 개척한 콜롬비아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마르케스와 비교되곤한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과 가공인물을 뒤섞는 기법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마르케스와 차별성을 갖는다.
외국어대 송필환교수는 "사라마고의 작품은 소외된 도시소시민이 주로
주인공이 등장하며 역사적 사실을 현실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게 특징"이라며
"프랑스 누보로망의 영향으로 문장단락이 없고 구어체와 따옴표를 쓰지않는
직접화법을 많이 구사한다"고 말했다.
<< 연보 >>
<>1922 리스본 부근 아진하가 출생
<>1947 첫소설 "죄의 농촌"
<>1947 65년까지 공산주의자로 활동하며 안토니오 살라자르의 우익독재에
투쟁
<>1966 시집 "가능한 시"
<>1970 시집 "아마도 행복인가"
<>1974 살라자르 독재체제 붕괴후 소설활동 재개
<>1975 시집 "1933년"
<>1977 소설 "회화와 서예에 관한 맨뉴얼"
<>1979 희곡 "밤"
<>1980 희곡 "이 책으로 무엇을 할까"
<>1982 포르투갈 PEN클럽상 수상
<>1984 소설 "리카르도 레이스가 죽은 해" 인디펜던트 포린 픽션상 수상
<>1986 소설 "돌 뗏목"
<>1987 희곡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두번째 삶"
<>1989 소설 "리스본 포위의 역사"
<>1991 소설 "예수 그리스도의 두번째 복음" 포르투갈 PEN클럽상 수상
<>1992 포르투갈 올해의 작가상 수상
<>1995 소설 "맹목(Blindness)에 관한 에세이"
<>1997 소설 "모든 이름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