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수개월동안 "엔화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해왔다.

엔화가치를 바로잡는 게 일본경제를 되살리는 첫 단추라고도 말했다.

엔화가치는 이들의 지적대로 강세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강한 엔"은 일본 경제를 "강하게"만들까.

전문가들의 시각은 "낙관만 할 수는 없다"로 모아진다.

엔화강세로 덕을 보는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엔화가치가 높아지면서 이익을 보는 부문은 우선 금융기관이다.

당장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엔화가치가 높아지면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불량채권의 엔화환산금액
이 줄어든다.

따라서 전체자산중 불량채권의 비중은 그만큼 낮아진다.

일본에 있던 돈들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되는 것도 큰 수확이다.

강한 엔화는 투자가들의 발길을 묶어 놓기에 충분하다.

국제금융가에서는 일본 대장성이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엔강세를 유도하는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엔화가치가 10% 올라가면 성장률은 0.5% 떨어진다"(리먼 브라더스 러셀
존스 연구원)는 것.

그 이유는 악화되는 무역수지에 있다.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면 해외에 파는 제품의 가격이 그만큼 올라간다.

따라서 무역수지는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올해 무역수지가 좋지 않다.

흑자폭이 작년보다 2%이상 떨어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여기에 "엔고"의 바람이 불 경우 일본의 무역수지는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엔이 폭등하던 8일 일본 수출 주력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게 이를
반증한다.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자동차가 각각 10%와 13%씩 빠졌다.

캐논도 11%나 떨어졌다.

엔화 강세는 디플레 압력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엔화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입가격이 내려가고 이는 국내제품 가격하락을
유도할 것이라는 것.

이 경우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경쟁에서 지는 업체는 퇴출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고용이 불안해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디플레압력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경제에 엔화강세의 "빛과 그림자"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