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한 날씨인데 지내기가 어떤가 묻는 기자에게 한 노숙자의
대답은 칼날처럼 서늘하게 돌아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남의 집 담 넘지 말란 법 있겠습니까?"

이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요, 무서운 사회의 한 단면이다.

요즘 경찰서 유치장은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다고 한다.

절도와 특수강도 폭력 사기법의 수가 증가일로에 있다.

개인이나 선도단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수 없을 것 같다.

민생과 치안을 나 몰라라 하는 우리나라 국회에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실업자의 증가와 노숙자 문제가 그렇듯, 노숙자의 증가와 강력 범죄의
함수관계 또한 밀접하다.

이구동성으로 지금보다 내년이 더 힘들 것이라고들 우려한다.

그렇다면 하루 속히 국회가 제정신을 찾고 정상화돼야지 지금처럼 파행만
일삼는다면 국민의 의식과 사회가 더 어지러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먼 남쪽 청송교도소에 수감중인 A로부터 장문의 편지가 왔다.

이제는 매일 성서를 읽고 묵상하는 틈틈이 영어 단어를 암기한다는 고무적인
내용이었다.

유치장으로 선도하러 가서 알게 된 그는 가난한 부모에게 버림받은 후 각종
절도와 강도짓을 저지르고 배신한 애인에 대한 복수심에 흉기로 애인을 찔러
살인미수범이 된 전과 5범의 강력범이었다.

그는 처음 부모를 원망하고 출소 뒤 애인을 죽이겠다며 누구의 말도
듣거나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한 나무가 꺾어지듯 그는 선량한 본성을 찾았고 눈물 흘려
참회하였다.

침착한 성품에 두뇌가 우수하는 그가 학교 대신 감옥에서 20년간 살게 된
건 과연 누구의 죄인가.

"가출소년들이 나같은 죄인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바깥세상에 나가면
청소년 선도사업에 헌신하겠습니다"

A가 3년만에 얻은 그 결단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노숙자가 없는 서울역과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는 국회를 기다리는 일
만큼이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