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1백60cm, 세로 3백56cm 크기의 대형 그림 단 한점만 출품되는 전시회가
열린다.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동산방화랑(733-5877)에서 마련되는
"그날의 화엄"전.

한국화가 김호석씨가 4년여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성철스님 다비식 장면을
담아낸 대작이 전시된다.

김씨는 애도인파가 운집한 모습에서부터 이튿날 저녁까지의 상황을 한 화면
속에 재구성해 냈다.

작품의 맨 윗부분에는 해인사에서 백련암으로 이어진 희미한 산길을 오르고
있는 성철스님을 배치했다.

그 아래엔 영결식이 끝난후 스님의 법체와 영정이 다비식장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담았고, 화면 중심부엔 색색의 만장을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묘사했다.

또 맨 아랫부분엔 사그러드는 불길을 가운데 두고 끝없이 밀려드는 애도인파
를 그려넣었다.

이 작품에 표현된 인물은 모두 1만2천여명.

빈부와 귀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그려졌지만 각각의
표정과 몸짓은 서로 다르다.

장중한 갈색톤이 화면을 지배하면서도 원색의 만장과 타오르는 화염의
붉은색이 들어 있어 그림이 어둡지만은 않다.

이들 원색이 거대한 인파의 꿈틀거림과 어울려 화면에 율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작품이 워낙 커서 벽면에 붙일 수 없는 만큼 동산방화랑은 2층 전시장에
계단식 대를 만들어 작품을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전시할 계획.

1층 전시장엔 "그날의 화엄"을 그려내기위해 작가가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
형식으로 담은 밑그림 40여점이 걸린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