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CP(기업어음)시장 장악에 나섰다.

종금사들이 외화자금난에 빠지면서 고유업무에 소홀한 틈을 타 CP중개시장의
주도권이 증권사들에 넘어가고 있다.

올들어 증권사들은 "언제부터 CP중개업무가 종금사들의 전유물이었느냐"며
영역을 급속히 넓히고 있다.

증권사들은 특히 명동지점을 CP중개센터로 개조하면서 종금사들의 안마당을
꿰차고 있다.

CP중개시장은 오랫동안 종금사들이 독식해 왔다.

은행이나 증권사엔 이 업무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증권사에도 이 업무가 허용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CP중개업무가 이른바 "금융기관간 영역허물기"의 첫 케이스로 등장한
것이다.

CP중개시장의 주도권이 종금사에서 증권사로 넘어오게 된 도화선은 올초
16개 부실 종금사가 영업정지되면서부터다.

지난 1월 증권사의 CP할인잔액(21조6천억원)은 종금사(61조8천억원)의
35%에 불과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할인잔액은 매달 급속한 증가세를 기록, 지난 5월부터
종금사를 앞질렀다.

지난달말 현재 증권사의 CP할인잔액은 52조원으로 CP시장의 68.9%를
점유했다.

증권사별 CP할인잔액은 <>SK 6조2천억원 <>동아 5조6천억원 <>삼성
4조8천억원 <>한화 4조4천억원 <>신영 4조1천억원 <>교보 3조6천억원 등이다.

오무영 증권업협회 채권팀 과장은 "그룹 계열사의 CP발행물량을 확보한데다
수수료도 파격적으로 내리면서 증권사가 사실상 시장을 평정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종금협회 관계자도 "CP업무에 치중했던 종금사들이 대거 퇴출된데다
증권사들이 종금사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수료를 제시해 종금사들의 아성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CP할인 수수료는 작년까지 발행액의 0.5~1%가량이었지만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0.02~0.03%까지 급락했다.

D증권관계자는 "증시침체로 증권사들이 대거 CP중개시장에 뛰어들면서
노마진까지 불사하는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양 SK 신한 교보증권 등은 명동에 금융센터까지 세우면서 시장장
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종금사 직원을 중심으로 5~10명 가량의 CP영업팀도 구성했다.

금융기관 본점 등이 가까운 이곳이 CP업무의 최적지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특히 신한증권은 명동지점의 전광판을 없애고 그 자리에 CP전담팀을 배치,
주식보다 CP를 우선시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금사들도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퇴출사태로 보수적인 경영에 치중해왔지만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CP시장 탈환 채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한불 한외 등 선발종금사들이 공격적 영업에 나서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동양종금 관계자는 "증권사의 CP시장 잠식으로 종금사의 영업기반이 무너진
만큼 곧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와 종금사의 CP전쟁이 앞으로 더욱 불꽃튀길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