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1일은 국내 생명보험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날이었다.

이날 국제 BYC 태양 고려 등 4개 생명보험사가 정부의 강제적인 계약이전
조치에 따라 사실상 퇴출이 결정됐다.

IMF체제이후 중도해약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존 신설사 모두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올1~2월 고객들의 쏟아지는 해약요구는 대형사들마저 흔들거릴
정도였다.

생명보험사들은 보유중인 유가증권을 손해를 보면서 내다팔아 해약환급금
재원을 마련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 여파는 경영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후발생보사에 더 큰 타격을
주었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4개 생보사는 자신의 존립기반을 잃어버리는
사태로 비화됐다.

퇴출생보사 인수에 참여했던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대상 보험사에 들어가
보니 사업비 지출 등을 포함한 영업전반의 업무가 너무 방만해 깜짝
놀랐다"며 "그런 회사가 10년 가까이 존립했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어찌됐건 이번 4개사 퇴출조치는 국내 생보업계가 다시 태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부실생보사의 계약을 떠안은 삼성 교보 흥국 제일생명 등 4개사는 정부가
"보증"하는 우량보험사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생보 빅3의 하나인 대한생명은 현재 추진중인 미국 메트로폴리탄라이프와의
외자 유치가 마무리되는대로 보다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대형사간의 싸움이 더욱더 치열해진다는 얘기다.

당국으로부터 경영정상화계획을 승인받은 14개 생보사들도 바삐 돌아가고
있다.

신한 대신 동양 등 후발사 선두주자들은 자본금 증액 계획을 일찌감치
확정하는 등 대외신인도 제고와 함께 업계 선도그룹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계약자 1백만명을 확보한 생명보험사는 그 자체로 경영기반을 갖춘 것"
이라는 생명보험 경영론을 실현하는 것이 이들 후발사의 1차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동아 국민 태평양 금호 등 다른 생보사들도 지급여력을 키우는 등 재무
건전성을 높이면서 선진 보험기법을 들여올 수 있는 외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업계의 이같은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시장의 동향은 그리 밝지
못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 사업연도들어 4월부터 7월말까지 생보업계의 보유계약고는 5백53조4천5백
45억3천4백만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가 감소했다.

신계약은 보험료가 싼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신계약이 줄어드는 것은 기존 계약의 중도 탈락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들어오는 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율은 7월말 현재 1백18.3%.

1백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이는 대신 나가는 지출은 1백18원이라고 보면 된다.

이로인해 생보업계가 보유한 자산은 7월말 88조98억2천6백만원으로 전년대비
3.2%나 뒷걸음쳤다.

업종 특성상 생보사의 총자산 감소현상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생보업계가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IMF시대를 맞이해 암보험을 중심으로한 보장성 보험의 판매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사별로 신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연금보험 분야에도
적지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80년대말 대외시장 개방이후 국내 생보업계는 빠른 속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아래서 국내 생보업계가 지난8월 퇴출의 불명예를 어떻게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판역할이란 고유의 기능을 충실히 맡는 종합금융
서비스 기관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업계의 몫으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