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끝은 파멸이라고 했던가.

최근 세계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보자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엘리트의식과 오만으로 절은 한 인간이 결국 주변을 망치고 자신도 파국
으로 치닫는 다는 뒤끝이 씁쓸한 줄거리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미국"이다.

"강한 달러"를 기반으로 21세기에도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지배에
의한 평화)" 체제를 유지하려던 미국이 지금 자신이 던진 오만의 부메랑을
맞고 흔들거리고 있다.

사실 미국은 그동안 세계경제 위기를 방관해 왔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허덕일 때도 이는 정실자본주의와 비효율적
금융체제를 가진 아시아인들의 문제라고 단정했다.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내세워 금융위기국들에게 무리한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강요했다.

"강한 달러"를 포기하고 금리를 내려 세계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들은 척도 않앗다.

결국 아시아 위기는 러시아와 중남미를 돌아 끄덕 없을 것이라던 미국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뒤늦게 미국은 금리를 인하했다.

아시아에선 부실 금융기관을 빨리 정리하라고 을러댔으나 정작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라는 헤지펀드가 쓰러지려 하자 막대한 돈을
지원해 주는 표리부동을 연출하면서.

미극적인 드라마는 이제 몇가지의 변수만을 남겨 놓은 채 종막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 엑스트라까지 나서 해피엔딩으로 끝을 내려고
애쓰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미국은 21세기에 다른 드라마에 출연해도 엘리트주의와 오만으로 20세기말
세계경제를 망쳤다는 이미지를 씻을 수 없을 것 같다.

박수진 < 국제부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