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원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kangwon@plaza.snu.ac.kr >

국토개발연구원은 제4차 국토종합개발 10개년계획을 위한 구상안으로
지난달 이른바 "국토통합축" 개념을 제시한바 있다.

21세기에 전개될 경제사회전망과 관련해 국토의 기본골격을 기존의 경부축
에 더하여 서해안축, 남해안축, 동해안축을 개발해 4개축으로 확장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토통합축 구상안이 정치적명분을 떠나 현재의 긴축상황하에서
현실성과 투자의 타당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면밀히 검토해야할 과제이다.

그러나 그러한 골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전제한 기본명제로서 대단히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가지가 있다.

첫째 그동은 지나치게 경부축에 집중된 인구.산업을 해안축으로 분산시켜
국토균형개발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동북아시대의 교류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부산.광양의 2항
(two-port)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동구 공산권의 붕괴로 가속화된 데탕트시대는 12억 동북아시아대륙의
관문인 한반도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역사적 전환인
것이다.

그 여파의 조짐은 서해안을 따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산업활동이
대중국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현상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수년후 본격적으로 막이 오를 21세기 동북아시아 시대를 위해서는
우리는 서둘러 새로운 성장축을 개발해야 한다.

지난 한세대동안 우리는 태평양시대의 전진기지로서 경부축에는 집중투자해
국토불균형이 문제를 겪으면서도 제한된 투자재원의 효율을 높이는 성장
전략을 유지했다.

동북아시아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국토개발패러다임으로 고질적인 국토
불균형의 시정과 제2의 경제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국토통합축 구상처럼 촛점없이 벌리는 것은 투자재원이 무한정하다면
모르되 합리적 개발전략이 못된다고 본다.

개발축은 그저 명칭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집중투자
하고 양질의 노동력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도시건설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이처럼 실효성있는 개발축을 구축하여야만 국제경쟁에서 경쟁력을 갖고
국내산업을 견인해 나갈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막이오른 동북아시아 시대의 거대시장과 물류중심지로서의 이점을
동시에 살려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활용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경부축위주의 집중개발전략에서 확산형통합축으로 일거에
전환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재 진해되고 있는 국토개발여건에 비추어 볼때에 간선철도를 건설해
엄청난 개발효과를 보일 성장축으로 기대되는 곳은 서남축이다.

서남축은 수도권서부의 경인지역에서 시작해 아산-대전-군산.장항-이리에서
전라선을 따라 여천.광양에 이르는 축이다.

이 노선에 간선철도를 건설할 경우에 나타날 경제효과는 부산과 함께
광양의 모항(nub port) 기능으로서 뿐만 아니라 전국교통의 흐름을 개선하고
특히 인천항 아산항 군.장항까지를 묶어 수도권 물류문제와 서해안 산업발전
에 엄청난 효과를 파급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즉 4차 국토종합개발계획기간은 그동안 국토축의 발전단계나 긴축경제여건
에서 볼 때 2항-2축으로 개발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국가간선망철도체계를 위해 1992년 대한교통학회가 연구한 "철도장기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서남선 철도의 경제적 타당성이 제일 높게
나타났고 투자 우선순위에 있어서는 경부고속전철 보다도 앞선 노선이었다.

우리는 확산형 국토통합축으로 이행하기 이전에 경부선과 서남선 그리고
부산과 광양으로 구성되는 2축-2항체제를 실효성 있게 구축해 동북아시아
시대의 잠재력을 선점해야 한다.

경부고속전철이 됐으니 호남고속전철도 추진해야 하고 또 국토통합축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식의 전시성 개발전략을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서남선이 통과할 지역은 이미 산업기반시설이 상당히 들어서 있다.

그동안 철도와 같은 산업동맥이 결여된 것이 항만및 산업활동을 저해한
요인으로 작용해온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큰 시너지 효과를 보일 것이
확실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