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6년 전세계인이 TV를 통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어이없게도 발사대를 떠나자마자 폭발하고
말았다.

조사결과 저온에 약한 부품 하나가 부서지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하급기술자들은 이 부품이 온도에 민감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문제는 이런 우려를 상부해 신속히 알릴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만일 하급기술자들과 미항공우주국 최고의사결정자 사이에 직접적인 의사
전달 통로가 있었다면 막을 수도 있는 사고였던 것이다.

챌린저호의 폭발은 이처럼 한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세계인이 동시에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시간.공간개념을 없앤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위력과 조직내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 가져올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라는 커뮤니케이션의 양면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수 있다.

정보의 대량 유통속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지금과
같은 스피드 시대에는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 곧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조직전체가 환경변화를 재빨리 인지하고 적절하게 반용하지 못하면 금방
도태되고 말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갖춰진건
사실이지만 커뮤니케이션 하드웨어가 발달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소프트
웨어도 발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전혀 못 알아듣고 딴소리만 하는 "사오정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가정과 사회를 불문하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심각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기업이 챌린저호와 같은 비극을 맞지 않으려면 최고경영자가 수시로
일선현장의 사원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의사소통 채널을 만든다든지,
조직의 체질을 유연하게 만들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최첨단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 오히려 커뮤니케이션과 단절되고 있지나
않은지 끊임없이 되돌아 볼 일이다.

< JBCHU@web.dwe.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