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가를 걷다 보면 최근 몇년 사이에 눈에 띄는 현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다름아닌 특정 상호 아래 "<><>지점"이라는 이름이 붙은 체인점, 즉
프랜차이즈형 점포가 유난히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동네 구멍가게가 헐린 자리에 세련된 형태의 24시 편의점이 들어서고 재래식
다방대신 산뜻한 커피전문점이, 동네 사람 안면으로 소개해주던 복덕방 대신
체인형 부동산 중개소가 등장했다.

또 솔벤트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재래식 세탁소자리에는 세탁편의점이
생겼다.

프랜차이즈는 그럴듯한 대기업의 유통이나 서비스망에서 벗어나 동네
소매점의 새로운 모습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년사이다.

불과 3~4년사이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속성장을 했다.

지난 87년 50여개에 불과하던 프랜차이즈 본사수는 94년에 5백개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무려 1천5백여개로 증가했다.

이제 웬만한 가게는 한집 건너 체인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열풍이 거세게 몰아닥친데는 유통시장 개방에 그 원인이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상당수가 프랜차이즈 사업체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프랜차이즈는 3백개가 넘는다.

이중 미국계가 2백여개, 일본계가 50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1백대 프랜차이즈 업체중 30여개가 이미 국내에 진출해있는 상태다.

외국에서 도입된 프랜차이즈 업종은 매우 다양하다.

외식 의류 스포츠용품 유아교육 부동산중개업 학원 자동차서비스 사무편의점
사설사서함 미용실 아동용품 등 전 업종에 걸쳐있다.

이들 외국계 프랜차이즈의 가맹점들이 동네 곳곳에 진출하면서 소매업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88년에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한 맥도날드의 경우 전국에
1백30여개의 체인점을 확보, 운영중이다.

T.G.I.프라이데이스, 코코스 등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우리 입맛을
서구화하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베네통, 피에르 가르뎅, 아디다스, 나이키 등이 16조원에 달하는 국내
의류시장을 놓고 국내업체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아동용품 전문점 압소바, 청소용역업체 자니킹, 다국적 부동산
중개체인 센츄리21, 자동차 렌털 체인 AVIS, 프랑스계 미용실 체인 자끄데
상쥬, 유아교육센터 짐보리 등이 국내에서 영업중이다.

브랜드에 약한 우리 국민성도 프랜차이즈 사업이 활성화되는데 한몫했다.

신토불이형 점포보다는 유명브랜드를 내건 체인점으로 소비자들이 몰렸다.

체인점은 선진 경영기법은 차치하더라도 브랜드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경쟁관계에 있는 동네 점포를 압도했다.

체인본사가 갖고있는 유명세와 경영노하우도 프랜차이즈 사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데 또다른 이유가 되고있다.

예비창업자들이 손쉽게 점포를 낼수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체인본사는 점포입지와 상권분석을 해주고 점포운영에 필요한 기본설비 및
기자재를 지원해준다.

또 인테리어, 상품공급, 영업기법 등을 전수해준다.

점포 오픈후에도 그동안 쌓아온 사업상의 모든 노하우를 체인 점주에게
그대로 전수해 준다.

이밖에도 본사차원의 광고 및 홍보활동이 이어져 실제 영업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부족한 사업 자금 대출을 알선해주는 곳도 있다.

프랜차이즈사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외국계 업체뿐 아니라 신토불이 체인점도
양산되고 있다.

선진국형의 체인시스템에 한국인들의 소비취향과 욕구를 접목한 상표들이
외식업종을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또 서비스시장의 개방으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업종에서도
프랜차이즈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체가 난립하면서 부작용도 수반되고 있다.

부실 체인본사의 도산으로 인한 가맹점 피해와 본사의 우월적 지위남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로선 이를 해결할 중재기관도 없고 가맹점을 보호해줄 제도적 장치가
완벽한 것도 아니다.

지난 6월 1백여 체인본사가 사업자 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를 결성,
내실있는 체인사업 운영을 위한 자정노력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업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프랜차이즈시스템에 대한 관련 법규가 정비되고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체인점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사업이 유통시장의
한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