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석학/전문가 진단 (2) 버그스텐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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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세계경제 위기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내수경기 부양노력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지적
한다.
미국이 1%포인트까지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것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리
공조인하와 일본의 경기부양 노력이 아시아위기국가들의 회생에 관건이 될
것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노력을 외면하거나 국제적인 공조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세계경제는
위기를 서로 전염시키면서 앞으로 수년간 더욱 심각한 침체로 몰고갈
것이라는게 그의 경고다.
그는 한국 태국 등 비교적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가들은 내부
개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경기를 먼저 살리라고 주문
했다.
한국경제신문 창간 34주년을 맞아 그가 세계경제 위기 해결방안에 대한
특별기고를 보내 왔다.
< 편집자 >
=======================================================================
[[ 특별기고 : 세계경제 ]]
아시아 경제위기는 일반이 예상한 것보다 깊고 광범위하며 또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염(contagion) 증세는 러시아를 집어 삼키고 급기야는 남미까지 파고
들었다.
그 진행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예측 불허다.
특히 이 위기는 세계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고 있는 미국에까지
침투해 들어오는 상황이며 그 밀도 또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불행한 사실은 지구촌이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최소한 수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 홍콩까지를 포함한 위기 당사국들이 은행과 기업 등 기존의
경제구조를 개혁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같은 구조적 개혁은 재정적자와 통화공급, 고평가돼 있는 환율 등을
수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업일 수 있다.
과거 몇차례의 경제위기에서는 통화등 거시경제(macro) 변수를 조정하는
것 만으로 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근본적인 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한 위기극복은 어렵다.
문제는 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이 내부문제를 수습하더라도 일본이라는
거대한 경제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위기탈출은 만족스러울 수 없을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불행하게도 일본이 주도하는 기러기 군단(flying geese)
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이 경제침체 속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일이다.
일본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아시아는 오랫동안 죽은 기러기 떼
(dead ducks)같은 신세가 될 지 모른다.
지난 94년말 위기를 맞았던 멕시코는 미국의 경제성장과 개방된 경제
덕분에 1년 정도밖에 고생하지 않았다.
이 사례는 아시아 위기와 관련해 일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미국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기국 자신의 태도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철저하게 개혁
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개혁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과 태국만
보더라도 개혁은 이제 겨우 시작된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물론 각국의 국내 정치 사회적 기반 때문에 개혁은 어려운 과제이고 희생을
감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개혁은 해도좋고 안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같은 자기개혁의 전제하에 국제사회는 지원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사회는 다음의 네가지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범세계적인 협조와 미국의 지도력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첫째 위기를 맞고 있는 국가들은 재정과 통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적극적
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같은 조치를 환영할 것이 틀림없으며 이런 조치들은
이들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변국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이들 국가가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히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기부양책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은 국내자원과 이른바 2선 지원자금
(second lines of defense)을 적절히 분할 활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2선 지원책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약속을
한 상태다.
더욱이 이들 국가의 금리는 이미 상당수준 떨어져 있고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환율이 다소 불안하지만 급격한 자금이동 현상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보다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수출증가를 통한 경기회복책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일본의 경기침체는 이들 국가의 수출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일 것이고 미국도 무역적자가 이미 2천5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무역적자에 따라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바로
보호무역주의적인 장벽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구조적 개혁은 국내 내수경기 진작을 뒷받침
하는 틀을 조속히 구축한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경기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은 11월 중순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 (APEC)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이 자리에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을 비롯해 태평양연안 국가의 모든
지도자들이 참석해 경기활성화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아시아국들은 세금인하와 은행개혁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
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일본을 자극해 멍하니 앉아 있는 "바보(goat)" 입장에서
제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내는 "영웅(hero)"으로 변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둘째 미국과 유럽은 경제전략을 지역경제적인 시각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입장으로 바꿔 금리를 충분하게 내려야 한다.
이같은 조치는 국제 부동자금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으로 흘러들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이들 국가의 금융상황은 훨씬 개선될
것이며 엔화강세기조를 유지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단기금리는 전통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연준리(FRB)는 최근 하루짜리 콜금리를 연 5.25%로 0.25%포인트
낮췄지만 아직도 30년짜리 국채금리보다 높은 상태다.
따라서 FRB는 시장의 추세에 맞춰 0.75%포인트를 추가 인하, 금리인하폭을
최소한 1%포인트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위기에 소극적인 대응을 해온 유럽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유러(Euro)를
기본으로 하는 단일 통화와 단일 금리시대를 맞게 된다.
이런 체제에 맞춰 유럽국들도 유럽내에서 최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금리수준에 맞추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고 미국의 금리인하에 보조를
맞춰 줘야 한다.
셋째 위기의 장기적 심각성을 고려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부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남미에 위기가 발생했던 80년대 당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브래디(Brady)
채권을 도입하는 등 세계가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서는데 무려 7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이들 국가의 고통은 더욱 길어졌다.
이것은 중요한 경험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잘 들여다 보면 부채를 쓰고 있는 주체가 정부 기업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금제공자들도 다양한
민간채널에 의해 공급된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일관성있는 틀과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모여 국가별로 부채규모와 만기를 재조정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브래디채권을 도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IMF가 이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각 국가의 자금사정을 감안해 부채구제(debt relief)의
규모와 만기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사정이 더 어려운 인도네시아에는 더 많은 채무조정을 해주고
조금 나은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에 대해서는 규모와 기간 조정을 줄여주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물론 IMF가 제시하는 조건을 잘 준수하는 곳에 대해서는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식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렇게 해야 도덕적해이(moral hazard)에 빠져들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수 없다.
우선 미국의회는 IMF에 대한 자금출자문제(1백80억달러)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홍콩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위기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미리 보충해 둔다는 의미에서도 반드시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의회는 대통령에 대해 긴급 통상교섭권(fast track)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긴급 통상교섭권에 대해 의회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적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우방국들에 심어줄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개방주의적인 세계질서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려놓아 러시아
나 말레이시아가 취한 것과 같은 역개방적 자세를 취하도록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결과가 빚어지면 결국 세계 주요국들이 주도적 역할을 다하지
못해 위기를 증폭시키거나 연장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칠레같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에 대해 약간의 통제를 가하는 것은
그래도 용인될 수 있지만 말레이시아처럼 이미 들어와 있는 자금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조치는 외국인들의 투자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회복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클린턴이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은 대체적으로
옳게 설정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의 경제를 다시 성장의 궤도위로 올려
놓을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는 또한 부채조정을 촉구했지만 그것이 의미있는 구제(Debt Relief)가
되도록 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안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선진7개국(G7)과 주요 개발도상국이 참석한 G22를 구성, 이들
국가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연말까지 결론을 유도하고
이를 각국 지도자들에게 직접 보고토록 하자는 제안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위기해소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금융위기는 너무 심각해서 재무장관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95년 멕시코 사태가 났을 때 G7이 모여 마련한 구제안은 IMF와 G7
스스로만을 위한 매우 제한적인 대안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지구촌 경제의 방향과 운명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은 정치지도자들의
참여와 협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
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내수경기 부양노력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지적
한다.
미국이 1%포인트까지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것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리
공조인하와 일본의 경기부양 노력이 아시아위기국가들의 회생에 관건이 될
것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노력을 외면하거나 국제적인 공조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세계경제는
위기를 서로 전염시키면서 앞으로 수년간 더욱 심각한 침체로 몰고갈
것이라는게 그의 경고다.
그는 한국 태국 등 비교적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가들은 내부
개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경기를 먼저 살리라고 주문
했다.
한국경제신문 창간 34주년을 맞아 그가 세계경제 위기 해결방안에 대한
특별기고를 보내 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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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세계경제 ]]
아시아 경제위기는 일반이 예상한 것보다 깊고 광범위하며 또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염(contagion) 증세는 러시아를 집어 삼키고 급기야는 남미까지 파고
들었다.
그 진행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예측 불허다.
특히 이 위기는 세계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고 있는 미국에까지
침투해 들어오는 상황이며 그 밀도 또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불행한 사실은 지구촌이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최소한 수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 홍콩까지를 포함한 위기 당사국들이 은행과 기업 등 기존의
경제구조를 개혁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같은 구조적 개혁은 재정적자와 통화공급, 고평가돼 있는 환율 등을
수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업일 수 있다.
과거 몇차례의 경제위기에서는 통화등 거시경제(macro) 변수를 조정하는
것 만으로 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근본적인 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한 위기극복은 어렵다.
문제는 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이 내부문제를 수습하더라도 일본이라는
거대한 경제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위기탈출은 만족스러울 수 없을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불행하게도 일본이 주도하는 기러기 군단(flying geese)
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이 경제침체 속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일이다.
일본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아시아는 오랫동안 죽은 기러기 떼
(dead ducks)같은 신세가 될 지 모른다.
지난 94년말 위기를 맞았던 멕시코는 미국의 경제성장과 개방된 경제
덕분에 1년 정도밖에 고생하지 않았다.
이 사례는 아시아 위기와 관련해 일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미국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기국 자신의 태도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철저하게 개혁
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개혁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과 태국만
보더라도 개혁은 이제 겨우 시작된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물론 각국의 국내 정치 사회적 기반 때문에 개혁은 어려운 과제이고 희생을
감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개혁은 해도좋고 안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같은 자기개혁의 전제하에 국제사회는 지원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사회는 다음의 네가지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범세계적인 협조와 미국의 지도력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첫째 위기를 맞고 있는 국가들은 재정과 통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적극적
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같은 조치를 환영할 것이 틀림없으며 이런 조치들은
이들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변국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이들 국가가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히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기부양책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은 국내자원과 이른바 2선 지원자금
(second lines of defense)을 적절히 분할 활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2선 지원책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약속을
한 상태다.
더욱이 이들 국가의 금리는 이미 상당수준 떨어져 있고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환율이 다소 불안하지만 급격한 자금이동 현상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보다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수출증가를 통한 경기회복책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일본의 경기침체는 이들 국가의 수출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일 것이고 미국도 무역적자가 이미 2천5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무역적자에 따라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바로
보호무역주의적인 장벽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구조적 개혁은 국내 내수경기 진작을 뒷받침
하는 틀을 조속히 구축한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경기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은 11월 중순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 (APEC)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이 자리에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을 비롯해 태평양연안 국가의 모든
지도자들이 참석해 경기활성화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아시아국들은 세금인하와 은행개혁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
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일본을 자극해 멍하니 앉아 있는 "바보(goat)" 입장에서
제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내는 "영웅(hero)"으로 변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둘째 미국과 유럽은 경제전략을 지역경제적인 시각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입장으로 바꿔 금리를 충분하게 내려야 한다.
이같은 조치는 국제 부동자금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으로 흘러들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이들 국가의 금융상황은 훨씬 개선될
것이며 엔화강세기조를 유지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단기금리는 전통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연준리(FRB)는 최근 하루짜리 콜금리를 연 5.25%로 0.25%포인트
낮췄지만 아직도 30년짜리 국채금리보다 높은 상태다.
따라서 FRB는 시장의 추세에 맞춰 0.75%포인트를 추가 인하, 금리인하폭을
최소한 1%포인트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위기에 소극적인 대응을 해온 유럽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유러(Euro)를
기본으로 하는 단일 통화와 단일 금리시대를 맞게 된다.
이런 체제에 맞춰 유럽국들도 유럽내에서 최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금리수준에 맞추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고 미국의 금리인하에 보조를
맞춰 줘야 한다.
셋째 위기의 장기적 심각성을 고려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부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남미에 위기가 발생했던 80년대 당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브래디(Brady)
채권을 도입하는 등 세계가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서는데 무려 7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이들 국가의 고통은 더욱 길어졌다.
이것은 중요한 경험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잘 들여다 보면 부채를 쓰고 있는 주체가 정부 기업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금제공자들도 다양한
민간채널에 의해 공급된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일관성있는 틀과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모여 국가별로 부채규모와 만기를 재조정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브래디채권을 도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IMF가 이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각 국가의 자금사정을 감안해 부채구제(debt relief)의
규모와 만기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사정이 더 어려운 인도네시아에는 더 많은 채무조정을 해주고
조금 나은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에 대해서는 규모와 기간 조정을 줄여주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물론 IMF가 제시하는 조건을 잘 준수하는 곳에 대해서는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식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렇게 해야 도덕적해이(moral hazard)에 빠져들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수 없다.
우선 미국의회는 IMF에 대한 자금출자문제(1백80억달러)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홍콩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위기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미리 보충해 둔다는 의미에서도 반드시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의회는 대통령에 대해 긴급 통상교섭권(fast track)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긴급 통상교섭권에 대해 의회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적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우방국들에 심어줄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개방주의적인 세계질서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려놓아 러시아
나 말레이시아가 취한 것과 같은 역개방적 자세를 취하도록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결과가 빚어지면 결국 세계 주요국들이 주도적 역할을 다하지
못해 위기를 증폭시키거나 연장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칠레같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에 대해 약간의 통제를 가하는 것은
그래도 용인될 수 있지만 말레이시아처럼 이미 들어와 있는 자금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조치는 외국인들의 투자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회복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클린턴이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은 대체적으로
옳게 설정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의 경제를 다시 성장의 궤도위로 올려
놓을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는 또한 부채조정을 촉구했지만 그것이 의미있는 구제(Debt Relief)가
되도록 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안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선진7개국(G7)과 주요 개발도상국이 참석한 G22를 구성, 이들
국가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연말까지 결론을 유도하고
이를 각국 지도자들에게 직접 보고토록 하자는 제안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위기해소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금융위기는 너무 심각해서 재무장관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95년 멕시코 사태가 났을 때 G7이 모여 마련한 구제안은 IMF와 G7
스스로만을 위한 매우 제한적인 대안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지구촌 경제의 방향과 운명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은 정치지도자들의
참여와 협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