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가들은 자체적인 문제보다 이제는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펴느냐에 따라 회복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12일 싱가포르에서 3일간 일정으로 개막된 제7차 동아시아 경제지도자
포럼에 참가한 아시아와 유럽의 정.재계 지도자와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었다.

아시아경제위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위해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
(WEF)이 마련한 이번 회의에 참석한 8백여명의 참석자들은 "아시아위기는
대체로 바닥을 친 것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이같은 낙관은 선진국들의
경기부양책이 실효를 거둘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프리 삭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외국자본이나 환율의 움직임
등을 볼 때 아시아지역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조간만 성장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선진국들이 경제위기타개를 위해 협력하고 아시아가
지속적으로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6백억달러로 배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렐(SG) 시큐리티즈사의 아시아지역 책임자인
마누 바스카란도 "한국 태국 등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좋은 징조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제한 뒤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추가금리인하를 통해
내수를 2%정도 늘려 아시아지역의 수출을 소화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아시아 경제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도이체방크 일본 법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케네스 쿠티스는 "선진국들이
긴축정책을 완화해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세계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쿠티스는 특히 "일본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아시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금융문제해결과 경기부양에 1조달러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아시아를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아시아를 침몰시키는 타이타닉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티스는 또 미국은 연방기금금리를 현재 연5.25%에서 연3%까지
끌어내려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노무라경제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쿠는 "일본
정부는 부실이든 우량이든 따지지 말고 신속히 은행에 자금지원을
해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지금은 옥석을 가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략연구소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일본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아시아경기침체는 더욱 악화되고 이는 곧 미국 주가하락과
내수위축으로 이어져 빠르면 내년쯤 세계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또 "대부분 아시아국가들이 수출위주의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유일한 소비시장인 미국이 이를 소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 이외 다른 나라들도 수요진착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IMF)아.태지역 담당 국장은 "아시아
경제가 내년 상반기쯤 바닥에서 빠져나와 하반기에는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포럼 참석자들은 일본의 금융개혁촉구 등 15개항의 ''행동계획''
을 채택했다.

행동계획에는 선진국의 금리인하 ''세계성장 정상회담'' 창설도 포함됐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