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시설투자를 크게 줄인다.

올 투자도 연초 계획보다 절반 가까이 줄여 집행될 전망이다.

투자위축이 이처럼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성장기반 상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13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1백50개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설투자 집행 및 계획 조사"에서
밝혀졌다.

내년 설비투자의 경우 응답업체(1백41개사)의 25.5%인 36개사가 9월말
현재 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

투자계획을 확정한 1백5개사의 내년 투자계획총액은 7조1천3백99억원으로
올 예상 실적(수정계획 기준) 보다 16.0%가 줄어들 전망이다.

수출기업(-7.4%)보다는 내수기업(-24.8%)의 투자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올해 6년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축소됐었다.

투자위축이 2년째 이어지면서 올해와 내년 2년치를 합해도 작년도 투자
실적에 못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중화학공업의 축소폭이 클 것으로 조사됐다.

1차금속의 경우 내년 투자액이 올 예상실적 보다 41.5%가 줄어든
1조4천3백50억원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조선(-29.1%) 정유(-24.4%) 자동차(-20.2%) 순으로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공업은 11.0%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지만 올 예상실적이 지난해 실적보다
54.4% 축소된데 따른 것이어서 증가의 의미가 적었다.

올 투자집행도 조사대상 기업의 90.1%가 연초계획을 축소 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연초계획대비 마이너스 14.3%의 수정계획을 세움에 따라 올
투자계획은 작년 보다 51.4%의 감소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김태일 조사1본부장은 "계획을 확정 못한 대형사업장을 포함할
경우 내년 투자감소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내수경기부양과 금리인하 등 조치를 조속히 취하지 않을
경우 성장기반을 상실해 경기회복이 더뎌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