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금을 입힌 고급 PCB(인쇄회로기판)를 생산, 불황을 이겨내는 중소기업이
있다.

경기도 시화공단의 도금단지에 입주한 한국써텍(대표 유근신)이 주인공.

함께 이 공단에 입주한 10개중 3개꼴로 부도가 냈지만 이 회사의 공장은
힘차게 돌아간다.

수출 덕분이다.

내수판매가 지난해의 절반정도로 줄긴 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추진한 직수출에서 4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그것도 산요 도시바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벌어들인 것.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에 들어선 이후 수입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납품가를 웃돌아 내수용은 생산을 해도 손해가 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유근신 사장은 수출에 매달리기로 작정했다.

환율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대주던 일본의 다이마루흥업에 사정을 얘기했다.

다이마루는 기꺼이 일본 기업을 소개해줬다.

오랜기간 쌓은 신뢰덕이었다.

산요 도시바 샤프등 쟁쟁한 기업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물론 처음부터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수출실적이 전무한 한국의 영세한 소기업 사장을 만나줄리 없었다.

그러나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 아래 한달에 2차례 일본회사를 직접
방문하고 수없이 팩스를 보냈다.

결국 "한번 만나 주겠다"는 답을 얻어냈고 품질보증자료와 제품을 들고
일본인들을 설득했다.

공장으로 이들을 직접 초청해 둘러보도록 하기도 했다.

생산장비까지 직접 제작한 기술력을 보여줘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일본 바이어들은 쉽게 구매를 결정하지 않았다.

10개, 50개등 구매규모를 차츰 늘리며 6차례나 품질과 납기를 테스트 했다.

5월께부터 주문량이 월 20%씩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만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주문이 지금은 8만달러 수준이 됐다.

"생산품이 틈새품목인 것도 일본시장을 개척하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이 회사가 수출을 하는 PCB는 컬러복사기나 프린터용 표면실장형 PCB.

도금의 순도가 99.9%.

국내에서 이정도 PCB를 만드는 업체는 삼성전기등 일부 대기업뿐이다.

하지만 대기업 생산체제에서는 컬러복사기용 PCB처럼 소량 주문품목은
소화하지 못한다.

바로 이점을 틈새로 인식한 유 사장은 3년전 조립형 PCB에서 표면실장형
PCB로 주력품목을 전환했다.

유 사장은 앞으로도 수출위주로 사업구조를 끌고 나갈 방침이다.

매출액에서 이미 45%정도의 비중을 차지한 수출을 오는 2000년까지는
70%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