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오는 26일부터 2주동안 부산시 행정업무 및 예산집행 전반에
대한 일반감사를 벌릴 예정이어서 그동안 "부산판 수서사건"으로 불렸던
부산 다대포.만덕동 택지전환 비리의혹이 상당부분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의혹내용은 부산시가 택지개발원칙과 건축허가지침을 어기고 특혜를 줘 동방
주택이라는 주택건설업체가 1천억원대의 개발이득을 얻었고, 주택공제조합은
이 업체에 변칙적으로 7백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는 부산시 관계공무원들은 물론 부산지역 국회의원들까지 연루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확한 진상은 검찰수사가 있어야 알겠지만 의혹이
제기된지 3년이 넘도록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적대로 이제는 일선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중하위직 공무원
들의 부정부패도 척결해야 할 때가 됐다. 특히 개혁의 사각지대인 민생관련
비리의 예방 및 시정장치를 강화해야 하겠다.

이번 비리의혹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적어도 다음 두가지
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우선 도시계획 및 개발정보를 비롯한 모든
민생관련 행정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개발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관련공무원과
기업들이 엄청난 부당이득을 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지난해에도
경기도 파주지역에 대한 부동산투기 혐의가 적발된 공무원 수만 수백명이
넘었다. 이번에도 문제의 동방주택이 해당지역의 상당부분을 도시재정비계획
안의 공람직전에 사들였다는 점에서 정보사전유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론은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이나 택지전환과 같이 이해관계가 민감한
문제에 대한 행정정보를 공개하고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투명행정을 펴라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왔다.
택지개발이나 전환이 검토되는 즉시 계획을 공개하고 나중에 확정될 경우
공개시점의 싯가를 기준으로 토지를 수용하면 주민의견을 수렴하면서도
투기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데 이같은 대안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까닭을 건교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가지 강조할 점은 행정당국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정하지 않는 등 행정의 난맥상이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부산시 공무원들은 토지형질변경 건축허가 등에서 공영개발원칙
및 고도제한 규정을 어겼고 공동사업을 추진했던 주택공제조합은 지난 96년에
있었던 감사원의 시정권고를 묵살했다고 한다. 과거의 예로 볼때 이 과정에서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지만 설사 그렇다해도
일선행정이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원칙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비리관계자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추궁은 물론 일선행정에 대한 현지주민들의 참여폭을 넓혀 이같은 비리의
재발을 막을 방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