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에 주력하라"

지난해말 면방업체인 충남방적은 회사의 모든 전산업무를 한국IBM에
맡겼다.

인사 재무 생산 관리분야 등의 모든 회사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던
전산실도 없앴다.

대한항공은 최근 한국IBM에 정보시스템 운영업무를 맡기고 10년동안
서비스를 받기로 양사가 합의했다.

이에따라 대한항공의 데이터센터 운영이나 서비스센터 및 네트워크관리,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 등이 모두 한국IBM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대한항공의 전산실 인원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이들은 시스템
유지관리 업무만 맡게 된다.

이제 국내에서도 전산부문 아웃소싱(외부위탁)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사내 또는 그룹내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많은
부대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감수하고 "중앙통제실"과 같은 전산부문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기업경영의 혁신적인 변화이자 "발상의 전환"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전산 아웃소싱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절감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정보관리 부문을 따로 떼내는 대신 제한된 경영자원을 핵심분야에
쏟아붓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정보기술 분야는 전문업체에 맡기는게 장기적으로
보면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정보시스템 유지관리 비용은 매년 20~30%씩 늘어난다.

이를 계속 안고 가기엔 경영자원의 낭비가 너무 심하다.

전산 아웃소싱은 한마디로 "버릴 것은 버리고 키울 것만 키우기 위한
것"이다.

구조조정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아웃소싱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것은 약10년전의 일이다.

지난 89년 미국 코닥사가 IBM 등에 전산분야 관리를 맡긴데서 비롯됐다.

86년부터 치열한 경쟁과 자금압박에 시달려온 코닥은 아웃소싱에 앞서
2년동안 컨설팅을 통해 구조조정과 함께 전산시스템 통합작업을 벌였다.

시스템통합 작업을 마친 뒤 경영효율성을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끝에 아웃소싱이라는 특단의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회사가 아웃소싱에 나설 무렵엔 자금흐름에
큰 문제가 없을 때였다는 사실이다.

이 회사는 아웃소싱을 추진한 결과 연간 15%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닥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 제너럴다이내믹스(GD) 브리티시에어웨이(BA)
등도 아웃소싱에 나섰다.

일반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도 아웃소싱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남호주정부는 지난 96년 정보시스템을 미국 EDS사에 맡겼다.

2004년까지 9년동안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탁한 것이다.

당시 남호주정부의 정보시스템은 신형과 구형이 혼합돼 있어 유지보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터였다.

이같은 정보시스템을 전문업체에 맡기면서 비용절감과 함께 신속하고
효율적인 행정서비스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아웃소싱은 유형에 따라 크게 "선택적 아웃소싱"과 "토털
아웃소싱"으로 나눌 수 있다.

토털 아웃소싱은 회사의 모든 IT관련 업무를 특정 전문회사에 고스란히
떠맡기는 것이다.

회사의 전산분야가 아웃소싱을 맡는 업체에 종속될 우려가 있는 반면
전산에 문제가 있을 때 책임소재가 뚜렷하다는게 장점이다.

선택적 아웃소싱은 전산분야의 몇개 전문회사를 선정해 분야별로
전산업무를 맡기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엔 회사기밀이 특정 전문회사에 집중될 우려도 없고 아웃소싱을
맡기는 업체가 여전히 전산분야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다만 전문업체들간에 책임소재가 분명치 않다는 단점도 있다.

코닥의 경우 선택적 아웃소싱을 택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은 IBM사, 통신서비스부문은 DEC사, PC관리업무는
비즈니스랜드사에 각각 아웃소싱한 것이다.

또 제록스사는 지난 94년 EDS사에 주요 IT기능을 10년간 32억달러에
맡겨버렸다.

토털 아웃소싱방식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초보적인 수준의 아웃소싱은 이뤄져 왔다.

시스템관리(SM) 등의 형태로 외부위탁사업이 진행돼 왔던 것이다.

정부도 이 부문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새 정부들어 기획예산위원회가 공공부문의 정보화 아웃소싱을 주도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사업부터 본격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한창 구조조정의 도마위에 올라있는 금융기관들도 적극적인 전산
아웃소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아웃소싱 시장을 놓고 한국IBM외에도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LG-EDS시스템 등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