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자인 송자 명지대 총장은 위기의 한국경제가 지향해야할 좌표로
"기업하기 가장 편하고 또 더불어 사는 경제"를 제시했다.

송 총장의 문제인식은 분명하다.

그는 우리의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지금의 고통을 참고 견디면 희망찬
미래가 있다는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온나라가 어수선하다고 지적
했다.

따라서 지도자들이 분명한 비젼을 보여주고 한국경제가 힘차게 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기반은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
하는게 최우선이라고 송총장은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개혁입법과 봉사행정을 통해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총장은 또 개방화 다양화라는 역사의 흐름에 맞춰 한국경제도 변화해야
한다며 창조적이고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민간주도형 경제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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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한국경제 ]]]

대한민국 건국 50년동안 두번째로 가장 어려운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우리의 시급한 당면 과제다.

이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어수선한데 실제로 우리의 지도자들은 국민들
에게 이 고통을 참고 견디면 희망찬 미래가 온다는 비젼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리 대통령의 경제개혁에 관한 의지와 노력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우리들의 비효율적인 정치적 관행과 관료사회에 대하여
매우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국경제가 경쟁력 있는 경제로 나아가려면 우선 힘차게 뛰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 첫번째가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려고 하고, 개혁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은 제거시키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의 지도자들이 과감하게 특히 정치인들
과 관료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희생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우리의 국회와 행정부가 가장 생산적인 모습을 보일 때, 우리 사회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려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경제의 핵심을 쥐고 있는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이 정신없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국회와 행정부가 새로운 개혁입법과 봉사행정을 통해
이뤄 나가야 한다.

우리 나라가 세상에서 기업을 경영하기가 가장 편하다는 소문이 세상에
울려 퍼져야 한다.

한국이 기업을 하기가 가장 편하고,개방화돼 있으며 다양한 사회로 탈바꿈
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 날수록 외국의 투자자들도 우리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하루 속히 획일적인 행정편의주의에서 빠져 나오는 관료들이 필요
하며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경제적인 면에서는 동등하게 대접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폐쇄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에서 개방화되고 다양한 사회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투명한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오늘의 신용사회에서 투명하지 못하여 신용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경제의 시작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투자를 유인할 수 없는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자본을 투자하면 반드시 회계감사자들이 뒤따라 갔다.

투자한 자본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알고 싶은 것이다.

투명한 사회를 이루는 데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회계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우리의 회계제도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제고시키는 데는 회계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회계를 너무 자의적으로 활용해 왔다.

하루속히 국제회계기준에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결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면 된다.

공인회계사들도 감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수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회계는 검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영수증을 주고받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우리가 깨끗한 사회를 이루려면 우선 영수증을 주고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영수증을 통해 스스로 계산하여 보고하는 사회를 이루면
얼마나 세상이 투명해 지겠는가를 생각해 보자.

영수증을 주고받으면, 국제적 수준의 회계제도를 정착시키면 우리 사회는
투명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투명하고 기업하기가 편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우리 경제의
나아갈 길은 분명하다.

첫째로 우리 경제는 지식에 기반을 둔 민간주도형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우리는 자원이 있다면 사람 밖에 없다.

사람이라는 자원은 창조적인 교육을 통해 지식산업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을
때 제값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처럼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산업구조
로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산업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교육개혁과 더불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교육이 창조적인 인간을 양성하지 못하는 한 산업구조
조정도 늦어 질 수밖에 없다.

21세기가 머리로 일하고 손으로 일하지 않는 세상인 것을 아는 한 우리
경제가 지식산업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지금 당장 과잉 투자되어 있는 우리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문제다.

이미 투자한 자본은 소위 매몰원가라는 것으로 미래의 의사결정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너무 신경을 쓰면 안된다.

우리는 산업구조조정을 미래지향적으로 해야지 과거의 정이나 체면을 생각
하면 안된다.

과감하게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조정할 것은 조정하여 새롭게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이 자동차 회사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고 미국이 두회사만
남았다는 것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자기자본중심의 기업구조를 가지는 경제로
나아가야겠다.

자기자본 중심의 경제구조라고 하여 부채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부채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부채는 분명히 원리금을 벌어서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사용하는
것이다.

담보가 있다는 것이 부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준이 되어선 곤란하다.

부채의 상환기간과 투자한 자산의 수익창출 기간이 맞아야 한다.

유동부채를 고정자산에 투자하는 경제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또 차입경영은 언제인가는 끝나야 하고 궁극의 목적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우리 기업은 자산구조보다 부채구조가 문제이기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교훈을 잘 받아들여 우리 경제의 재무구조를 안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의 금융산업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우리의 노동시장을 유연성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근로자들을 아무 때나 해고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우량 기업일수록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생산성에 문제가 있거나 회사가 살아 남기 위하여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는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것이 비윤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의 유연성 때문에 우리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생산성이
제고되어 더 좋은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노동 시장의 유연성은 개인의 인권을 가장 존중하는 경제를
이루려는 것이라고 해도 잘못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실업자들을 교육시키고 최소한도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실업의 위협이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근로자들에게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취업이나 재교육 프로그램이 단순히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된다.

좀더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이용
하도록 근로자들을 유인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들도 연구개발을 통해 계속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처럼 교육훈련을
통하여 사원들이 변하는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라도 기업도 교육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교육프로그램도 노동의 유연성을 실현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넷째로는 우리의 경제구조가 더불어 함께 일하는 구조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제는 어느 대기업이 모든 것을 다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완전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함께 더불어 일할 줄
알아야 한다.

상부상조하면서 공생하는 경제구조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세계가 개방되고 다양화되면서 한 나라나 민족이 폐쇄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할 수도 없다.

이는 바로 더불어 사는 경제는 세계의 모든 나라나 사람들과도 함께 일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이같이 우리의 경제구조가 개방화되고 다양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
하고든지 더불어 함께 일할 줄 알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을
하기 좋은 나라라는 평판을 얻게 될 것이다.

기업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므로 좋은 기업이 많을수록 우리의 삶은 좋은
삶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경제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역사의 흐름을 거역해선 안된다.

개방화되고, 다양화되며, 지식기반의 역사를 바로 보며 이 역사의 흐름에
적응하는 한국경제를 이루면 된다.

창조적이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대접하는 경제로, 세상
모든 사람과 더불어 사는 민간주도형 경제로 만들어 나가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