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로부터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지난 14일 외신을 타고 들어온 무디스의 "한국 금융보고서"는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노력을 혹평한 것으로 재경부를 바짝 긴장시켰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은행들의 자본상태가 크게 취약한 데다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해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기술적 파산상태(technically
insolvent)"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한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강등시킬 수 있음을 암시했다.

지난달말 64조원의 재정을 들여 은행들을 "건전은행(클린뱅크)"로 재탄생
시켰다고 자화자찬했던 재경부로선 당혹하지 않을 수 없는 것.

특히 미국을 방문했던 이규성 재경부장관이 지난 9일 무디스사를 방문해
한국의 금융구조조정 성과를 설명까지 했는 데도 이같은 보고서가 나오자
재경부는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물론 이 보고서는 이미 지난 9월중순께 작성된 것이라고 재경부는 설명
하지만 "인사하고 뒤돌아서자 마자 뒤통수를 맞은 격"이긴 마찬가지인 셈.

재경부는 어쨌든 15일 "무디스의 보고서 내용이 상당부분 잘못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우석 국제금융국장은 "보고서엔 정부의 재정투입 조치 등이 반영되지
않은데다 시중은행 노사가 32% 감원에 합의한 것도 감안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지난 14일밤 무디스측에 국제전화로 해명 겸 항의를
했고 앞으로 상세한 해명자료를 만들어 무디스에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또 "무디스 보고서를 로이터통신이 기사화하면서 본문에도 없는
단어를 사용하는 등 과장했다"며 외신보도를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디스의 "무성의한 보고서"나 외신의 "과장 보도"도 문제지만
재경부의 대응도 칭찬받을 만하진 못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기적으로 나오는 신용평가기관의 연례보고서 내용이 잘못됐다면 사전에
수정요구를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정부가 IMF 추가출연법안을 만들면서 한국을 지목해 "특정산업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
경제외교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