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말잔치로 끝나는가.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에 흘러간 돈은 대부분 한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남아 있는 자금도 기업에 가기보다는 투신 종금등 금융기관 사이에서만
맴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고 대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일선
영업점에서는 요지부동이다.

신용경색을 해소하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대출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돈을 풀어 대출금리를
낮추고 신용경색을 완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9월말부터 10월초 사이에 대출우대금리를 0.5~
1.1%포인트 낮췄다.

금리면에서는 부양의지가 보였다.

그러나 대출은 오히려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들은 10월들어 대출금을 1조7천7백19억원 회수
(순감기준)했다.

통화공급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중에 IMF(국제통화기금)와 합의한 본원통화(RB) 공급한도인
25조6천4백억원까지 시중에 돈을 공급하기로 했다.

추석자금수요가 몰렸던 지난 7일까지 본원통화는 24조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달말 18조5천억원에 비하면 5조5천억원정도 풀린 셈.

그러나 13일 현재 본원통화는 20조원으로 다시 줄었다.

추석자금수요에 따른 일시적인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본원통화공급은 별로
늘지 않았다고 한은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연 3%의 낮은 금리로 지원하는 총액대출한도 자금도
9월 6조2천4백81억원에서 10월 6조1천5백49억원으로 감소했다.

<> 은행은 대출독려하나 일선 창구는 요지부동 =은행들은 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는 하다.

상업은행 여신기획부 책임자는 "은행들이 대출을 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숫자로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주변 은행에서 "돈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돈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는 우량기업들 뿐이다.

그나마 투자수요가 위축된데다 운전자금수요도 별로 없어 이들 기업은
대출신청을 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목말라하고 있다.

일선 영업창구직원들도 은행 본점 주장과 달리 움직이지 않는다는게 이들
주장이다.

일선 영업직원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아 대출해줄만한 기업이
별로 없는데다 희망퇴직 등 인원감축이 끝나기 전까지는 대출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고 애로를 털어놓는다.

섯불리 위험한 기업에 대출해 줬다 떼이면 정리해고를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일부 자금은 5대 그룹소속 대기업들이 쓸어가고 있다.

회사채발행은 주로 이들에 국한돼 있다.

대출은 늘지 않고 자금만 늘어나자 콜금리 등 실세금리는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남아도는 돈을 투신사 수익증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10일까지 투신사 공사채형(MMF 포함)에 몰린 17조9천6백55억원은
대부분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에서 흘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기관간 재테크만 극성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 신용경색 해소에는 시간이 더 필요 =정부당국에서도 신용경색 해소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아야만 정상적으로 여신을 취급하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원정리가 끝나는 이달말이 지나야 대출도 늘어나고 신용경색도 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는동안 대부분 기업들은 하루하루를 연명하는데 급급해해야 한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