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계에도 "메이저 리그"가 있다.

개성있고 독창적인 전달능력을 과시하며 대중의 호응을 얻는 선두그룹이다.

한국 일러스트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서울시립대 전갑배 교수(47)는 현역
일러스트레이터로는 "노장파"다다.

서울미대 응용디자인과를 졸업, 80년대초 발행부수 26만부에 달하던 "월간
한국인" 표지 일러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출판은 물론 LG그룹 금강기획 한화그룹 이미지 일러스트 등으로
광고분야에서 명성을 쌓고 있다.

현대적인 작업 도구를 이용하면서도 일관되게 토속적인 정서를 추구해온
그는 현재 전승신화나 무속을 형상화한 "아트북"을 기획하고 있다.

10월말께 삼신할미 신화를 담은 "당금애기"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홍익대 이성표 교수(41)또한 우리나라 일러스트사의 한페이지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본격적인 일러스트레이터 1세대중 한사람인 그는 81년 홍대미대 응용미술과
를 졸업한후 레이디 경향 창간특집 아티스트로 참여하면서 데뷔했다.

월간 한국인의 일러스트를 맡으면서 기존 삽화와 시각을 달리하는 독특
함으로 정평이 났다.

이후 각계에서 작품 청탁이 밀려들어 80년대 한국 잡지의 중흥기를 주름
잡았다.

이른바 "프로모션"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버 공간및 실내 섬유 등 일러스트레이션을 평면에서
공간으로 확대시키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단순한 장면재현이 아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러스트를 실현해야
한다는게 신념이다.

카드회사인 안개나라 강수경 사장(33)은 실력파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성공한
비즈니스 우먼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88년 홍대 미대 4학년때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려 주변에 돌리다 남은
카드를 선물가게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작품이 워낙 뛰어났던 터라 "보따리 장사"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졸업후엔 "안개나라"란 이름으로 카드회사를 차렸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카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교보 등에서 단위매출
면적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카드 일러스트 이외에 유수 출판사나 학습지 업체에 작품을 제공하는 인기
작가다.

신식 공작실의 현태준 실장(33)은 약간 별난 일러스트레이터다.

서울 미대 도예과 출신.

스스로는 공작이 전공이라고 주장한다.

공작실에서도 어른들을 위한 재미난 장난감을 주로 제작한다.

하지만 제품마다 담긴 낙천적이고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소문이 나면서
사방에서 일러스트를 떠맡긴다.

"어려운 것은 하지 않는다"라는 작품관이 말해 주듯 누구나 오랜 고민 없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추구한다.

데코 쌈지의 가죽제품인 "놈"의 캐릭터및 선전책자 일러스트와
한글과컴퓨터의 홍보 스티커등 광고관련 작품이 주를 이룬다.

최근엔 철수와 영희라는 대표 캐릭터로 만화및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책자를 기획하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