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수출역군이다"

미국 휴렛팩커드(HP)는 전세계 HP컴퓨터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니터의 50%를
한국에서 사간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한국HP 현지공장에선 전원공급기 등을 생산해
연간 1만8천여대를 수출한다.

특히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계측장비용 모듈은 HP 전체 수요의 75%를 차지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모두 11억달러 규모의 부품을 사갔다.

올해 한국산 구매물량도 작년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PC메이커인 컴팩컴퓨터는 삼성전자로부터 3백만대의 PC모니터
를 구입하는 등 올해 16억달러어치의 부품을 사가기로 했다.

내년에는 이를 2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IBM도 지난해 10억달러 규모의 제품을 구매한데 이어 올해중 12억달러어치
를 한국에서 사갈 방침이다.

또 인텔은 올해 10억달러 규모의 한국산 S램 D램 등을 구매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한국지사인 GE코리아는 현재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GE 본사가 내년중 10억달러규모의 제품을 한국에서 조달하는 작업을 맡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구매규모(3억달러)에 비하면 엄청난 것이다.

GE의 잭 웰치 회장도 GE코리아의 모든 역량을 이 사업에 쏟으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올해는 한국에서 4억달러어치를 사갈 예정이다.

필립스전자는 지난해 2억5천5백만달러어치의 전자부품을 한국에서 사들여
전세계 공장에 내다팔았다.

올해는 구매목표를 4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삼성전관 오리온전기 등의 컬러브라운관을 사가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지멘스 등 다른 업체들도 한국제품 구매를 크게 늘리는 추세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산 제품의 구매규모를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원화약세에 따라 달러화기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웬만한 부품은 아웃소싱(외부위탁)으로 해결한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원화환율 상승은 구매단가를 낮출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원화가치는 최근 달러당 1천3백원대로 지난해의 8백~9백원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외국기업들은 대부분 이같은 원화가치의 하락을 이유로 국내 공급업체들에
가격인하를 요구했다.

이들은 가격을 낮추는 대신 구입물량을 크게 늘린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원화약세로 가격경쟁력이 생긴데다 경영난 타개를 위한
판로확대가 시급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산 제품의 구매를 늘리는 것은 원화약세로
가격이 내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품질향상도 한몫을 했다.

GE코리아 강석진 사장은 "한국산 제품의 품질이 GE의 품질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높아져 구매물량을 늘리는 것이지 가격메리트만 보고 제품을
사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도 좋을 만큼 안정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이 보다 중요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GE가 내년도 한국산 구매계획을 10억달러로 높여 잡은 것도 바로 이 때문
이라고 한다.

또한 HP같은 일부 다국적 기업은 일시적인 가격요인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내 거래기업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먼저 고려한다는 것이다.

당장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구매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연도별로
꾸준히 구매함으로써 좋은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겠다는 전략이다.

컴퓨터 부문에선 미국 PC업계의 판도변화도 구매물량이 늘어난 한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정보산업관련 조사기관인 IDC사는 올해 상위1~5위권 PC업체의
매출신장률은 20%로 업계의 평균성장률(12%)을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업체들이 주로 거래하는 상대방은 바로 이들 대형업체.

구조적으로 메이저 PC업체들의 판매량 증가가 한국에서의 부품구매 확대로
이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결국 외국기업들은 자기들의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할 뿐만 아니라
한국산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임으로써 국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
이다.

이들은 보다 나은 제품을 사들이기 위해 신기술을 이전하는데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주요 해외기업 한국산 제품 구매현황 ]]

( 단위 : 달러 )

< 컴팩 >

<>98년 구매계획 : 16억 (99년 20억으로 확대)
<>품목 : .D램반도체
.모니터
.TFT-LCD
.CD롬 드라이브
<>국내 대상업체 : .삼성 현대 LG
.삼성 LG 대우
.삼성 LG
.LG전자

< IBM >

<>98년 구매계획 : 12억
<>품목 : .D램반도체
.모니터
.TFT-LCD
.CD롬 드라이브
<>국내 대상업체 : 삼성 현대 LG 대우 등

< HP >

<>98년 구매계획 : 11억
<>품목 : .D램반도체
.모니터
.TFT-LCD
.CD롬 드라이브
.모니터
<>국내 대상업체 : 삼성전자 삼성전기 대우전자 오리온전기 LG전자
중소기업체 4~6곳

< 인텔 >

<>98년 구매계획 : 10억
<>품목 : .S램 D램반도체
.반도체후공정(조립및 검사)위탁
<>국내 대상업체 : .삼성 현대 LG
.아남반도체 현대전자

< 후지쯔 >

<>98년 구매계획 : 1억5천만
<>품목 : .D램반도체
.PC용 케이블
.노트PC용 몰드
.무선키보드
<>국내 대상업체 : .삼성전자 현대전자
.범아하네스 아진전자
.신흥정밀
.세진전자

< 월마트 >

<>98년 구매계획 : 5억6천만(98년10월~99년말)
<>품목 : PC완제품
<>국내 대상업체 : 삼보컴퓨터

< GE >

<>98년 구매계획 : 4억 (99년 10억달러로 확대)
<>품목 : .발전설비부품
.항공기부품
.백색가전
.조명기기
.의료기기
.중전기
<>국내 대상업체 : .한국중공업
.삼성항공 등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신규업체
.신규업체
.신규업체

< 필립스 >

<>98년 구매계획 : 4억 (99년부터 3년간 LG반도체로부터 TFT-LCD
7억달러어치 구입계약)
<>품목 : .컬러브라운관
.TFT-LCD
.전자레인지 부품
.반도체및 부품
.CCTV
.오디오
<>국내 대상업체 : .삼성전관 오리온전기
.삼성전자
.삼화콘덴서 한국전자
.현대전자 삼성전기
.하이트론시템스
.해태전자 아남전자

< 지멘스 >

<>98년 구매계획 : 5억
<>품목 : .D램반도체
.팩시밀리
.모니터
.PCB
.전자부품
<>국내 대상업체 : 삼성전자 삼화콘덴서 등

< 모토로라 >

<>98년 구매계획 : 2억5천만
<>품목 : 통신기기및 자동차용 반도체
<>국내 대상업체 : 모토로라코리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