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켈로그는 신제품을 기획할때 적어도 세가지 조사를 실시한다.

6~8명의 소집단을 상대로 한 심층조사, 3백~1천명을 상대로 한 샘플조사,
그리고 샘플과 제품 컨셉트에 대한 병행조사가 그것.

이같이 복잡한 시장조사를 하는 것은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켈로그라는 세계적인 지명도와 제품력을 내세워 미국에서 잘팔리는 기존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꼼꼼하게 시장조사를 하고 제품을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현미프레이크는 국내는 물론 일본시장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지화(localization).

이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제품의 현지화를 비롯 인력및 마케팅의 현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제품생산의 예를 보자.

덴마크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조립식 완구업체 레고의 한국법인인
레고코리아는 원자재 생산기술 1백%를 한국에 이전, ABS레진을 비롯한 모든
원료를 한국에서 생산한다.

국내기술과 원자재로 생산하니 로열티를 물지 않는다.

인력도 마찬가지.

한국시장은 누구보다 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 한국인에게
맡겨두는 기업이 많다.

보워터한라제지는 1백% 보워터가 투자한 기업이지만 한라제지에 재직하던
직원을 아직 한명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

28년 역사를 지닌 유한킴벌리나 휠라코리아 역시 마찬가지.

나머지 대부분의 외국인투자기업도 한국인 스스로 경영토록 하거나
1~2명정도만 본사에서 파견하고 있다.

TI코리아는 한국 진출 21년만인 지난해 사장을 한국인으로 교체, 재무담당
임원을 빼고 전부 한국인으로 바꿨으며 한국3M은 사장을 제외한 임직원
전원이 한국인이다.

영한바슈롬의 관계자는 "1년에 두차례정도 열리는 이사회나 전화를 통해
지역본부와 업무를 상의할뿐 굳이 임원을 파견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기본사업방향은 목표관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기본 방향을 정해주고 틀만 잡아주면 되지 비용을 많이 들여가며 본사
임원을 한국에 주재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

마케팅 역시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외국계 식품업체는 자사가 외국계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 전혀 외국계라는 사실을 홍보하지 않고 있을 정도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현지화 전략은 매우 강렬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준다.

나이키 등 상당수의 외국기업들이 한국팀을 후원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예.

시선이 집중되는 스포츠 경기는 홍보효과도 대단하지만 한국민의 정서에
무리없이 파고들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신박제 필립스전자 사장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한국선수단장을 맡기도
했다.

미쉐린 버드와이저 등은 월드컵을 소재로 한 광고를 앞세워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기도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기업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이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성향이 유난히 강하지요.

예를 들어 공항에 내린후 한국처럼 외국차가 안보이는 나라가 전세계에
또 있겠습니까.

이를 보고 외국기업들은 한국이 얼마나 국수주의적인지를 판단합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이런 성향 때문에 외국계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의
현지화 혹은 토종화에 더욱 힘을 쏟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