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의 입지는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로 들어선
시점을 전후해 거의 일취월장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외국계 증권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니 외국계 증권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해야 하는 현실로 바뀌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증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의 돈은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드나든다.

그것도 수억달러규모가 아니다.

수십억달러를 넘는다.

순식간에 한국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말 한국을 외환위기로 몰아넣었던 자금이나 올해초 국내 증시를
반짝장세로 이끌었던 자금 모두 외국계 증권사를 애용했다.

IMF이전에는 외국인들이 한때 국내증권사 국제영업부 창구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증권사의 분석력과 정보수집력은 외국인들의 눈엔 형편없는
것으로 보였다.

당연히 이들의 발길은 분석력과 정보수집력이 뛰어난 외국계 증권사로
옮겨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 개인투자자들도 외국계 증권사
눈치보느라 정신없다.

외국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증권사는 자딘플레잉 베어링 HSBC 등이다.

이들 증권사에는 요즘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주된 내용은 "외국인들이 무슨 종목을 선호하느냐"다.

외국인들이 외국계증권사를 중심으로 거래하면 할수록 이같은 경향은
심화될게 뻔하다.

조만간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를 제치고 국내 증시에서 헤게모니를
쥘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M&A(인수합병)이나 인수업무 분야에선 이미 외국계증권사들이 확고하게
입지를 굳힌 상태나 다름없다.

지난해 한국통신과 수출입은행이 해외기채를 하는데 주간사를 맡았던
모건스탠리는 올해들어 벌써 4건의 굵직한 딜을 성사시키거나 진행하고
있다.

대상그룹이 라이신사업부문을 6억달러에 매각한 것이나 산업은행이
1억5천만달러의 해외차입을 성공한 뒤에는 모건스탠리가 숨어있다.

해외매각을 추진중인 제일 서울은행의 주간사도 모건스탠리다.

또 JP모건은 지난 8월 체결된 한솔 PCS에 대한 캐나다 벨사의 3천5백억원
규모의 직접투자계약을 주선했다.

작년에는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포철 대구시청 등 국내기관이 발행한 모두
20억3천만달러의 해외채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JP모건은 현재 한전 가스공사 등 상당수 공공기관 기업들의 외자유치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JP모건은 오는 10월과 12월에 은행과 증권회사
사무소를 지점으로 각각 승격할 예정이다.

이밖에 메릴린치도 언더라이팅(인수)업무나 M&A에선 빼놓을 수 없는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M&A의 경우 수수료가 거래액의 1%에 이르기 때문에 한건만 제대로
성사시켜도 "일년 장사를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불과 20~30명의 직원들로 이처럼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올해초 부도가 난 일본 야마이치증권 영업점을 최근 모두 인수,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아시아시장에서 과감하게 영업력을 확대한 것이다.

이를 본 국내 증권사 관계자들은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긴장하고 있다.

외국계증권사들이 국내 증시와 M&A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올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임박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