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언제 빠져 나갈지 모르는 긴 암흑 속의 행로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러시아와 중남미를 한바퀴 돌아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까지 집어 삼킬 태세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헤지펀드들의 부실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고
기축통화인 달러화조차 하루에 10% 가까이 요동을 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는 요란하지만 정작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대안은 늘 "논의중"이다.

과연 세계경제는 동시공황이라는 파국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촌 주요 포스트에 위치한 해외특파원들의 취재와 분석을 통해 세계경제
의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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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이 벼랑 끝에 몰린 세계경제를 구하기 위한 "액션 프로그램"을
짜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러시아와 중남미를 거쳐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말의 성찬"이라는 혹평을 받긴 했어도 이달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IBRD 합동총회의 열기가 어느때 보다 뜨거웠던 것도 그래서다.

세계경제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과 일본.
미국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이 앞장서 아시아 채무 조정방안을 비롯,
<>새로운 자금지원 장치(New Credit Line) 마련 <>다자간 개발은행 설립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중 아시아채무 조정은 사실상 부채를 탕감해준다는 조치다.

아시아 기업과 은행들이 진 빚을 주식으로 전환해 상환부담을 덜어준다는게
골자다.

지난 80년대 중남미위기 때 실시된 "브래디 플랜"과 흡사하다.

"새로운 자금지원 장치"는 특정국이 금융위기에 빠질 경우 돈을 빌려줘
위기를 차단할 수 있는 긴급지원체제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위기가 발생한 후 대응하는 현재의 IMF체제 대신 미연에 방지하는 사전
예방체제인 셈이다.

다자간 개발은행은 아직 아이디어 차원에 머무르고 있지만 경제적 연관도가
높은 나라들이 자금을 출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본도 아시아 지원(미야자와 플랜), 내수부양, 부실금융기관 재생 등
여러가지 카드를 꺼내고 있다.

미야자와 플랜은 한국 등 아시아 5개국에 3백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구상
이다.

또 미국 등 선진국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내수부양 요구도 전격 수용,
사상최대 규모인 30조엔(2천2백2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수립키로 했다.

일본은 부실금융기관 재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기관 파산을 막기위한 공적자금투입 규모를 당초 계획의 4배가 넘는
67조엔으로 늘릴 방침이다.

금융재생법률도 국회를 통과해 곧 시행에 들어간다.

이와함께 선진국들의 공동 금리인하는 이미 일본과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등에서 단행됐다.

이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아일랜드도 곧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헤지펀드 규제도 세계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문제엔 거의 모든 나라가 공감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특히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투기성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