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언제 빠져 나갈지 모르는 긴 암흑 속의 행로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러시아와 중남미를 한바퀴 돌아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까지 집어 삼킬 태세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헤지펀드들의 부실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고
기축통화인 달러화조차 하루에 10% 가까이 요동을 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는 요란하지만 정작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대안은 늘 "논의중"이다.

과연 세계경제는 동시공황이라는 파국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촌 주요 포스트에 위치한 해외특파원들의 취재와 분석을 통해 세계경제
의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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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앞날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동시공황을 막기위한 선진국간의 공조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도
그렇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헤지펀드 부실의 확산 여부, 엔화환율 동향,
일본경제 상황등에 따라 진로가 달라지기도 한다.

우선 선진7개국(G7)이 세계경제 회생을 위해 제구실을 해낼지가 문제다.

이미 미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가 금리를 내렸다.

미국에선 추가금리인하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독일은 대규모의 감세조치에 이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에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린다.

여기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느냐에 따라 세계금융시장은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만일 획기적인 대안이 나오고 곧바로 시행된다면 세계경제는 암울한
터널에서 빠져 나오는 전기를 맞게 된다.

헤지펀드들의 동향 역시 국제금융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 불안요소로 지목
되고 있다.

9월에 불거진 미국계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파산위기는
이미 미국은 물론 세계주가에 일대 충격을 가했다.

롱텀에 거액을 투자했던 미국계 은행은 물론 유럽 금융기관들도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의 경우 중앙은행까지 롱텀에 투자했었던 것이 밝혀져 정가가
들끓고 있다.

문제는 롱텀과 같은 부실 헤지펀드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이미 CAM 등 파산위기에 몰린 헤지펀드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이들 부실 헤지펀드들이 손실보전을 위해 미국 등 주식과 채권을 대거
처분할 경우 세계금융시장은 일시에 혼란에 휘말리게 된다.

헤지펀드에 지분을 갖고 있는 수많은 은행과 증권업계의 경영도 덩달아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헤지펀드 규제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여기에 일본경제 또한 세계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중대한 변수다.

세계는 아시아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일본이 주축이 되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일본 정부도 3백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경제 회생기금을 창설하는 등 아시아
경제회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최근엔 부실금융기관을 처리하기 위한 관련법률을 통과시켰다.

엔화의 향방도 변소로 등장했다.

엔화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아시아 시장은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급격한 엔화상승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온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해 그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지역경제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명암이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와 중남미가 바로 핵의 뇌관이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