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언제 빠져 나갈지 모르는 긴 암흑 속의 행로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러시아와 중남미를 한바퀴 돌아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까지 집어 삼킬 태세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헤지펀드들의 부실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고
기축통화인 달러화조차 하루에 10% 가까이 요동을 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는 요란하지만 정작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대안은 늘 "논의중"이다.

과연 세계경제는 동시공황이라는 파국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촌 주요 포스트에 위치한 해외특파원들의 취재와 분석을 통해 세계경제
의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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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러시아를 거쳐 중남미를 강타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만큼 상황이 나빠졌다.

중남미는 미국 수출의 약 3분의 1을 소화하는 미국의 안방시장이다.

때문에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을 앞세워 지원에 나섰지만 이미 침체의
늪에 빠져든 중남미 경제를 정상궤도로 되돌리려면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
이다.

중남미 경제는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실물경제
악화->해외 투자자금 이탈->화폐가치 폭락->외환보유고 급감->국가 신뢰도
하락->실물경제 악화 등의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이 지역 주가는 올들어 40%이상 폭락했다.

통화가치가 속락하고 있으며 외국인 자금은 철수러시를 이루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용등급을 떨어트리고 있다.

이 지역 경제위기의 핵은 브라질.중남미경제의 심장부인 브라질의 경제위기
가 가장 심각하다.

브라질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6월 약 7백10억달러에 달했으나 최근 4백억
달러선으로 떨어졌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지난 달이후 해외 투자자금이 하루 수억달러씩
빠져 나갔다.

2개월안에 갚아야할 단기 외채만도 8백억달러에 달한다.

IMF는 약 1백60억달러를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최근 브라질 당국이 효율적인 경제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브라질 경제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라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최근 재선된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 대통령이 재정적자를
조속히 삭감하고 해외투자자들을 유인할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지난 95년 IMF 지원으로 경제를 추스렸던 멕시코 역시 제2의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다.

당국이 페소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연 40%까지 인상하자 기업
활동이 꽁꽁 얼어붙었다.

멕시코는 특히 세수의 40%를 원유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밖에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아르헨티나 등도 최근 잇따라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등 중남미 국가들이 외환위기 도미노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외화소득의 80%, 재정의 60%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유가하락으로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고 있다.

IMF는 남미를 한두나라만 지원할 경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남미국가
전체에 대한 패키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IMF의 곳간도 바닥이 난 상황이어서 IMF의 지원이 실제로 언제나
이루어질지는 두고보아야 할 노릇이다.

< 밴쿠버=정평국 특파원 chong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