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분배의 문제를 다루는 후생경제학 연구에서 결정적인
업적을 세웠다.

그의 공헌은 사회적 선택에 대한 정리에서부터 후생과 빈곤지수의 정의,
기근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를 통해 센 교수는 "경제학에 윤리학을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얻어왔고
노벨상 수상도 예견돼 왔었다.

그의 이같은 연구업적은 "집단선택과 사회 후생(Collective Choice and
Social Welfare)" "경제적 불평등에 관하여(On Economic Inequality)"
"빈곤과 기근(Poverty and Famines)" 등의 저서와 "파레토식 자유주의의
불가능성(The Impossibility of Paretian Liberal)"같은 논문에 수록돼
있다.

이중 "집단선택과 사회 후생"은 다수결 원칙의 합리성 여부에 관한 소위
"애로우(Arrow)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낸 저서다.

애로우 문제란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그것을 전적으로 각 개인
들의 선호체계에 의한 다수결에 맡겨도 되는가"에 관한 논쟁으로 72년 노벨
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우가 50년대 초에 제기했다.

센 교수는 이에 대해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비합리적
결과를 빚는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밝혀내고 다수결이 배제돼야할 상황들을
제시했다.

센 교수는 또 "경제적 불평등에 관하여"에서는 소득의 불균등을 계량화하기
위해 그 이전까지 제시된 모든 방법들을 검증하고 평가한 결과 이 모든 이론
들에 사전적인 가치판단이 내재돼 있음을 증명했다.

이에 그는 세르게이 콤, 앤서니 애킨슨 등과 함께 소득분포를 나타내는
"로렌쯔(Lorentz)곡선"과 소득불균등도를 나타내는 "지니(Gini)계수"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센 교수는 이 과정에서 국가간의 소득분포를 비교하거나 특정 국가의 소득
분포 변화를 연구하는데 기초가 되는 "빈곤지수"를 비롯 여러가지 후생지표
들을 개발해 냈다.

그가 개발한 빈곤지수는 P=H[I+(1-I)G]로 정의된다.

여기서 G는 지니계수, I는 소득분포지수, H는 특정소득 이하의 빈곤층 인구
를 의미한다.

센 교수는 또 "파레토식 자유주의의 불가능성"에서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ity)" 개념이 깔고 있는 전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프랑스 경제학자 파레토가 주장한 "파레토 최적"은 특정의 경제적 균형
상태가 최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일종의 정의로 받아들여져 왔다.

즉, 어떤 경제적 균형상태가 깨졌을때 한 사람이라도 후생이 악화되는
경우에만 이 상태가 최적의 균형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경제학자들에게 항상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는데 센은
이같은 관념을 뒤집은 것이다.

그의 대표적 저서인 "빈곤과 기근:권리와 박탈에 관한 소론"(81년)에서는
제3세계의 기아사태가 가뭄이나 홍수에 기인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공격
했다.

즉, 기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빈민들이 굶어 죽는 것은 절대적인 식량공급
이 줄어든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득불균형도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소득불균형으로 빈민들이 식량 구매력을 갖고 있지 못하는 것이 기아의
원인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방글라데시, 인도, 아랍국가 등에서의 기근현상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센은 이밖에 발전경제학 분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첫번째 책이자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였던 "기술의 선택"(60년)과
이후의 연구저작인 "고용,기술,발전"(75년)은 투자선택이나 발전도상국에서
의 빈곤, 실업 같은 실천적인 문제들에 관한 것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