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 전략은 서비스산업에서도 빛을 본다.

크게 보면 서비스도 상품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하면 고객은 절로 늘어나게 마련이다.

미국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이 후발주자면서 항공시장을 급속히
파고들수 있었던 것은 비용을 낮춰 더 많은 상품을 싸게 팔겠다는 황금률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주역은 최고경영자(CEO)인 허브 컬러허
회장이다.

켈러허 회장은 유연한 사고를 지난 개성이 강한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엘비스 플레슬리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고 공항 게이트에 나타나 승객에게
농담을 건넨다.

갑자기 직원들과 사냥을 떠날 때도 있다.

하루에 다섯갑의 담배를 피우고 밤새 술을 즐긴다.

그러면서 미국 최고 CEO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꿈을 소중히 여긴다.

직원들로 하여금 이상을 갖도록 유도한다.

그는 요금만 적절하다면 차를 타기보다 비행기를 이용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전략을 마련하도록 한다.

이같은 기업정신은 항공서비스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왔다.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에서는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출발지와 도착지간 평균 거리를 3백75마일로 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
(Point to point)시스템을 도입해 비행시간이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대신 땅콩과 스낵종류만 제공한다.

지정된 좌석도 없다.

켈러허 회장은 "총 탑승객이 세명뿐인데 좌석을 배정해 준다는게 말이
됩니까"라고 말한다.

수하물 처리속도도 빠르다.

따라서 도착한지 15~20분정도면 다시 이륙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모든 변화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켈러허의 성격과 그에 따른
경영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직장이란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원을 뽑을 때도 유머감각이 있는 응시자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그는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교육을 통해서 익힐 수 있지만
몸에 배어있는 태도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웃길 줄 아는 사람을
찾는다"고 말한다.

이같은 생각은 일상생활에서도 잘 나타난다.

직원들 생일 등 모든 기념일에 축하파티를 열도록 하고 그 자신도
직원들과 어울려 자주 술을 마신다.

직원들 사이에 신바람나게 일하는 분위기가 어느새 형성됐다.

승무원들이 바쁘면 기장이 나와 게이트에서 승객을 맞이하고 발권업무를
하는 사람이 수하물을 나르는 것을 돕기도 한다.

회사설립이후 지난 25년동안 단 한번의 파업을 제외하고는 노사분규가
없었다.

회사측의 정리해고도 없었다.

직원들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은 최고경영자의
유연한 경영철학과 직원들의 애사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시 성공의 비결은 사람에게 있었다.

회사측은 친절하고 우수한 승무원들이 항상 고객을 감동시킨다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활동을 벌였다.

지난 71년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이 처녀 출항했을 때는 항공기 보유대수가
3대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전역 52개 도시에 취항하는 2백65대의 항공기를
지닌 항공사로 성장했다.

항공사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25년 연속 흑자경영을
했다.

매출도 꾸준히 늘었다.

경기침체로 다른 모든 항공사들이 손실을 기록했던 91년과 92년에도
수익을 올렸다.

또 뛰어난 서비스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 덕분에 수하물 처리 고객서비스 정시성 등 세가지 부문에서 5년 연속
최고 성적을 올리며 3관왕을 고수했다.

이밖에 이회사는 가장 일하고 싶은 1백대 미국기업에 올랐으며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이 이렇듯 성공을 거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5천명을 뽑는다는 채용광고를 보고 14만명이 몰리는 배경은 무엇인가.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아메리칸에어라인 델타 등 대규모 항공사들마저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이 다음에는 무슨 무기를 들고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저렴한 요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차로 갈 때보다 항공요금이 더 싼 경우도 있다.

댈러스에서 휴스턴까지 자동차보다 더 싸게 갈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댈러스에서 시카고까지 항공요금이 2백달러였는데 이제 39달러로 갈 수
있게 됐다.

또 59달러(취항전에는 3백50달러)만 있으면 뉴욕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됐다.

새 노선을 개통할 때마다 출발지와 도착지 주민들이 환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가능하면 많은 수의 승객을 태우면서 비용절감을 추구해 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 회사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었다.

먼저 노선이 짧다.

국내선만 있고 운항시간도 대부분 3시간 미만이다.

또 노선당 하루에 한두번만 취항하는 경쟁업체와 달리 6~7번 운행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항공기 이용효율을 경쟁업체의 7~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높일
수 있었다.

선별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전략도 또다른 특징으로 꼽힌다.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시카고 오하라 뉴욕의 JFK공항 등 혼잡한
공항에는 가지 않는다.

이들 공항은 착륙비가 비싸고 이착륙이 지연될 때가 많아서다.

항공기가 연착되거나 취소될 경우 고객들에게 불편을 줄뿐 아니라
연료비부담도 늘게 된다.

또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직접 발권업무를 한다.

다른 항공사들이 티켓의 90%정도를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통해 연간 3천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전략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고경영자의 유연한 사고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줬다는게 미국 항공업계의 한결같은 평가다.

< 박준규 AT커니 컨설턴트 seoul-opinion@atkearney.com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