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재조정 작업이 이해당사자간의 이견으로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기준안 마련 시한을 불과 보름
앞두고도 이해조정기구인 그린벨트제도개선협의회가 해제 대상 및 방법, 해
제 제외지역의 보상책 등 주요 문제들에 관한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
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합의된 사항이라고는 20가구 이상의 집단취락지를
해제한다는 것 뿐, 대부분의 주요 사항들은 협의회내에서 뿐만아니라 해당
주민, 환경단체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들린다.

예를 들어 20가구 이하의 소규모 집단취락지 처리 문제와 권역별 사정이
다른 지역에 대한 기준 적용 문제 등을 놓고는 의견이 팽팽해 이달말까지
재조정시안을 마련한후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초부터 해제작업에 들어간다는
정부의 계획이 차질없이 실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1년 도입된 이래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온 그린벨트제도는 그동안 40여차
례의 손질로 누더기가 되다시피 했지만 무분별한 도시확대를 막고 환경을
보전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주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부산처럼 51%가 그린벨트에 묶여 도시발전의
밑그림조차 그릴 수 없게 하는 등 그 부작용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사항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린벨트를 현실
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데는 어느정도 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다
고 본다. 문제는 어떻게 환경보전과 주민불편해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첨예한 이해가 걸린 문제일수록 원칙과 잣대가 뚜렷해야 한다. 무
엇보다도 그린벨트제도를 개선하는 목적은 주민불편을 덜어주고 국토를 효율
적으로 이용하자는 것이지 재산가치 증식에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전체 그린벨트 면적의 44.5%를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
서 볼 때 원주민소유 토지와 외지인소유 토지에 대해 차별성을 두는 것은 당
연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여당은 그린벨트에서 풀리지 않더라도 원주민 땅에 대
해서는 녹지지역 수준으로 건축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결과적으로 불편해소 차원보다는 재산증식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철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해제는 토지가격 변동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예민한 사안이므로
먼저 그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해제지역 땅을 매매할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일정비율의 그린벨트조정부담금이나 환경보전부담금을
물리는 방안도 검토해봄직 하다. 정부는 지자체에 세부적인 조정작업을 모두
위임할 방침이라지만 해제지역의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위한 대책에도 소홀함
이 없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