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훤구 < 노동연구원 원장 >

"1백만 일자리 만들기"에 관한 EABC 보고서는 한국경제 발전과정, 특히
80년대 후반이후의 성장과정이 기업의 이윤 즉 가치창조 기능이 계속 축소
되는 왜곡현상을 빚어 왔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가치창조적 고용창출을 위한 새로운 발상전환을 통해 경제운용정책을
전환함으로써 앞으로 수년간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2백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가치창조적 일자리창출을 위해 이 보고서는 먼저 중소기업 살리기, 규제
개혁 등 5가지의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규제가 한국경제의 효율성을 가로막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되어 왔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일이다.

이 보고서에서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규제로는 금융부문에서의
각종 규제, 토지활용관련 규제,모험기업운영에 관한 규제등이 새로운 시각
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고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이에
상응하는 정책적 관심이 주어지지 못했다.

외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고용창출의 대부분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향후 구조조정이후 고용창출의 큰 몫이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소기업 살리기는 국가경제차원에서나 고용창출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우선 중소기업의 설립부터 자유로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기업창업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절차가 우리에 비해
크게 단순하다는 점에 비춰 우리도 상법개정과 아울러 영세기업들에 대한
기술및 경영기법상의 지원방안, 세법의 투명성제고, 금융시장규제, 인허가
제도의 개선등이 시급히 완화되어야할 과제로 들고 있다.

이밖에도 가치창조적인 방향으로의 노동시장 개편, 경기부양과 가치부가적
사회안전망 확충, 적정한 환율유지 등을 실천과제로 꼽고 있다.

이 보고서의 또 다른 특징은 고용창출이 생산요소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생산요소를 단순히 자본과 노동, 토지라는 전통적인 범주를 크게
벗어나 기업가, 정보, 취미, 위험 등 크게 13개의 생산요소개념으로 확대
하고 있다.

이같은 생산요소의 확대구분은 개념상 중복 또는 혼재의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요소개념을 보다 세분화함으로써 가치창출을 위한 활동영역을 새로운
패러다임속에서 재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등으로 인하여 요소시장이 왜곡되어 있거나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예로서 왜곡된 부동산시장및 주식시장과 실종된 선물시장및
부동산저당권시장등을 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특히 제조업중심의 가치창출에만 매몰돼 왔던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영역을 다양화하여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요소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많은 새로운 일자리창출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큰 설득력을
지닌다.

EABC의 "1백만 일자리 만들기" 보고서는 앞으로 수년간 우리 경제가 안게
될 가장 큰 과제인 실업과의 전쟁을 실업자보호라는 수동적인 과제에서
임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일자리창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제시된 여러가지 방안들이 보다 구체적인 실천대안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학계, 관련 연구기관들의 조직적인 연구노력과 아울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실천방안 모색과 정책실천의지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