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이라고 해서 꼭 톱브랜드는 아니다.

그러나 마케팅측면에서 접근해 볼때 새로 나온 상품이 히트를 치지 않고
톱브랜드가 된 사례는 거의 없다.

산업화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세계시장에 명품이라고 내놓을
만한 톱브랜드 상품은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차, 전자 등 수출주력산업의 경우도 해외에 알려진 브랜드는 제법
있지만 톱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무대를 국내시장으로 좁혀놓고 본다면 장래 명품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을 가진 상품이 적지않음을 알수 있다.

또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시대를 풍미했던 히트상품을 들여다
보면 나름대로 톱브랜드를 지향한 상품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왔음을 느낄수
있다.

<> 40~60년대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시절이라 소비재중에 히트상품은
별로 없었다.

다만 어느 시대나 필요한 의약품중에서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상품들이
많다.

1897년에 나온 "활명수"는 국내최초로 부채표라는 상표등록을 한
상품이다.

활명수는 소화제로뿐만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으로도 인식될 정도로 명성을
누렸다.

"이명래고약"도 1950년에 나온뒤로 모든 종기의 치료제로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약만이 어느 시대나 인기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 또한 국민들의 생필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부도가 나긴했지만 지난 24년에 처음 출시된 두꺼비표 진로소주와
52년에 나온 OB맥주는 술의 대명사로 통했고 지금도 유명브랜드의 값어치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50년대 들어오면서는 약이나 술외에 생활용품들이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54년에 국내최초의 치약인 "럭키치약"이 등장했다.

조미료의 보통명사로 통할만큼 인기가 폭발했던 "미원"도 56년에 첫선을
보여 주부들의 사랑을 받았다.

60년대에는 독자브랜드를 단 가전제품이 처음으로 등장해 우리나라의
상품역사에 일대전기를 마련했다.

금성사가 59년 라디오, 61년 까만전화기를 생산했고 66년에는 최초의
흑백TV인 "VD-191"을 생산했다.

65년에는 국산냉장고1호인 GR-120이 개발됐고 모나미볼펜153도 63년에
첫선을 보였다.

<> 70년대 =경제개발 5개년계획 덕분에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기초생필품위주의 히트상품들이 자동차와 기호품으로까지 확대된 시기다.

55년 국산1호 자동차인 시발자동차와 62년 일본자동차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만든 새나라자동차가 출시됐지만 본격적인 자동차생산은 75년
현대자동차가 만든 한국형 고유모델 "포니"가 등장한 후에 이뤄졌다.

70년대 기호식품의 풍경화 중앙에는 "12시에 만나요"로 유명한
"부라보콘"이 있다.

"부라보콘"은 요즘 IMF시대를 맞아 복고풍 상품으로 브랜드가치를 재조명
받을 정도다.

<> 80년대 =경제개발의 과실을 향유하기 시작한 시대라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단순 소비재외에도 금융상품 부동산 등도 히트상품에 올라와 서비스상품
시대를 열었다.

스포츠와 레저붐을 타고 기아의 "봉고자동차"는 82년 히트상품으로 꼽혔고
80년대 중반에는 "나이키"스포츠용품이 인기몰이의 또다른 주역으로
등장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80년대 개발된
"암보험"은 이를 판매하는 6개 생명보험사에서 모두 공전의 히트를 쳤다.

자유저축예금 다가구주택 등도 이시대 히트상품군에 속하게 됐다.

<> 90년대 =90년대부터는 입으로만 전해지던 히트상품들이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각 언론사와 능률협회 등의 엄정한 심사를 거치면서 톱브랜드
상품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하게 됐다.

90년대 히트상품은 현대자동차 엑센트, 제일제당 다시다, 이랜드 의류,
대우전자 공기방울세탁기와 입체냉장고 탱크, 럭키한스푼, 조선맥주의
하이트맥주, 주택은행 차세대종합통장, 삼성전자 그린컴퓨터 등 의식주 관련
30가지로 다양화됐다.

<> 히트브랜드의 가치 =90년대 들어 기업들은 브랜드의 자산가치에 눈뜨기
시작했다.

브랜드가치는 마치 자식키우듯 지극정성을 갖고 키워야 지속적인 수익을
올릴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대표적인 몇개 브랜드만 보더라도 히트를 친 브랜드의 자산가치를 알수
있다.

휴대폰의 대명사가 된 삼성전자 애니콜은 시장점유율이 55%인데 비해
브랜드가치의 점유율은 77%로 시장점유율을 훨씬 웃돌았다.

지난 4월 고려대 박찬수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스리니바산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애니콜의 자산가치는
5천2백44억원이었다.

출시된지 불과 5년만에 이루어내 성과다.

5천2백44억원은 84년 삼성전자의 매출액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12년째 라면시장의 왕좌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농심의 신라면은 단일상품의
브랜드가치만 1백96억원이라는 조사가 있었다.

"라면은 역시 신라면"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아직도 시장점유율 25%를
자랑하고 있다.

회사이름은 몰라도 브랜드는 잘 알려진 경우가 하이트맥주다.

그래서 아예 회사이름을 조선맥주에서 하이트맥주로 바꾸기까지 했다.

하이트맥주의 브랜드자산가치는 1천1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한 조사결과는
전하고 있다.

자산가치가 높은 이들 제품은 각 기업이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심혈을 기울여 관리해온 브랜드들이다.

톱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투자의 결과라는
교훈을 주고 있는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