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수지읍 성복리 대원사쪽으로 가다보면 도로 우측에 세련된 디자인의
하얀색 집이 시야에 들어온다.

흰색의 단정함이 붉은 벽돌집 일색인 주변 전원주택들에 대비돼 유난히 눈에
띈다.

이 집이 주목받는 이유는 산뜻한 외관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대지가 도로보다 낮은 "집터"로서의 결함을 극복한 독특한 설계
때문이다.

다른 집과 달리 도로에 접한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과 주방 등 공동생활
시설이 있는 2층이 나온다.

안방등 사적인 생활공간은 아래층에 배치됐다.

집주인 정연환씨는 2년전 전원주택지 96.5평을 평당 70만원에 분양받았다.

그러나 주변 도로보다 3m정도 낮은 대지 때문에 고민하다 설계사무소와
상담, 도로를 집2층으로 연결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내부계단을 이용해 2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면 아이들 방2개와 부부침실
등이 있다.

정씨는 "내부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내부
설계와 외관의 산뜻함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집외부벽은 시멘트벽체 외부에 5cm 두께의 스티로폼을 붙인뒤 모르타르를
발라 조각같은 이미지를 연출했다.

내부는 벽지를 따로 바르지 않고 회반죽의 일종인 흰색의 핸디코트로 마감해
넓어보이도록 처리했다.

핸디코트는 벌레와 해충을 막는 역할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약간 누렇게 변하긴해도 크게 보기 싫진 않다는 것이다.

정 마음에 걸리면 수성페인트를 칠할 생각이다.

거실과 주방이 있는 2층 내부천정은 피라미드와 경사진 지붕모양을 그대로
살렸다.

따라서 마치 피라미드 속에 있는 것처럼 천정이 높고 경사져 풍수에서 얘기
하듯 기가 모일 듯하다.

도로 반대쪽 외벽에는 시원한 격자창을 냈다.

유리창은 도심에서 많이 사용하는 반사유리가 아닌 초록이 가미된 투명
복층유리여서 흰색의 벽면과 잘 어울린다.

고급스럽게 보이는 외관과 달리 건축비는 평당 2백60만원선으로 싸게
들었다.

설계를 맡았던 건축환경그룹 이영수 소장은 "대지가 낮다는 단점을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했다며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내집마련이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