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밤을 새워가며/반짝 빛났다/또다시 까매지는/외로운 등대//달빛도 없이/
물위에 떠도는 맘/등대와 함께/끝없이 헤매나니//반뜻 빛날땐/그대를 그려
보고/새까마질젠//외로운 이내 신세/다시금 보여/잘줄이나 있으랴//

김억의 시 "등대"의 앞부분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등대는 지중해의 알렉산드리아항 입구에 있는
팔로스섬 등대다.

기원전(BC)2백80년에 건설됐는데 높이가 1백10m나 되며 불빛은 나무나
송진을 태워 만들었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든 등대는 19세기초 우루과이 후로레스섬에 세워진 것으로
브라질이 건설대가로 우루과이로부터 땅 12만8천여평방km를 받았다.

6.3m 높이의 언덕에 7.5m 높이로 9년만에 지어진 이 등대를 위해 오늘날
우루과이의 국토면적이 17만6천평방km이니까 당시 영토의 40%가량을 떼준
셈이다.

우리나라에 등대가 처음 불을 밝힌 곳은 인천 앞바다의 팔미도로 로일전쟁
1년전인 1903년의 일이다.

일본은 청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등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895년 넉달동안
우리 해안을 조사했다.

1902년 탁지부 산하에 해관등대국을 두고 등대를 설치하기 시작해 해방전
까지 3백여기를 확보했다.

우리 해안의 등대들이 처음부터 일본의 군사목적으로 세워진 탓에 태평양
전쟁때 상당수가 파괴됐다.

62년부터 경제개발계획사업으로 등대 등 항로표지시설이 복구, 증설돼 현재
1천8백4기에 이르는데 이중 1천96기는 국가소유이고 7백8기는 민간이 운영
한다.

사람이 있는 유인등대는 48곳, 나머지는 태양전지나 배터리 등으로 전원을
공급받아 작동하는 무인등대 등표 도등 등주 등부표 입표 레이더비콘(RACON)
등이다.

가장 빛이 센 등대는 부산 영도등대이고 가장 높은 것은 해발1백72m의
울릉도등대다.

가장 서쪽에는 격렬비도등대, 남쪽에는 이어도등부표와 마라도등대, 동쪽
에는 독도등대가 있다.

독도등대에 내년부터 직원이 상주하는 유인등대로 바뀔 예정이란다.

그 의미를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