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소비자동향조사결과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내수가 풀리지 않을 것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앞으로 6개월동안 소비를
지금보다 더 줄이거나(61%) 늘리지 않을 계획(28%)이라는 조사결과는 한
마디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상당기간 풀리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수입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는 가구가 61%, 고용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87%에 달하고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살 계획이 있다는 소비
자는 4%에 그쳤다.

이같은 소비자심리는 따지고보면 당연하다. 경기가 끝없이 가라앉고 있는
데다 앞으로의 전망마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
되지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 경기회복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 또한 자명하다. 소비부진으로
내수가 살아나지않아 벌써 몇년째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과 비슷한 양상
을 우리도 겪게될 공산조차 없지않다.

벌써 몇차례 경기대책이란걸 내놨지만 일본경제가 회복기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탓이다. 돈을 나눠주면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품권을 나눠줘 내수를 살리자는 구상이 오죽했으면
나오게 됐을까.

물론 우리 소비심리가 일본과 동일한 상황이라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를
는지 모른다. 그러나 1.4분기에 도시근로자가계의 소득은 줄고 저축은
늘어나는 양상을 나타낸데 이어 3분기 연속 소비자동향지수(CSI)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정말 우려해야할 일이다.

심리적 요인은 경제에서도 다른 어떤 변수보다 영향이 크게 마련이다.
계속 소비심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선진국간 공조체제 가동에 따라 대외적인
여건이 나아지더라도 경기회복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도
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

소비심리위축은 경제 현실이 어려운데도 원인이 있지만 앞날에 대한 불확
실성이 더욱 큰 작용을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드러난 악재보다 나쁜
루머가 주가에 더욱 치명적인 것과 동일한 이치다. 바로 그런 시각에서 보면
구조조정의 속도는 특히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조조정이 나라경제를 위해 반드시 딛고 넘어야할 과제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지만, 그것이 끝도 없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 금융구조조정이건 기업
구조조정이건 빠른 시일내에 매듭짓도록 해야한다.

소비진작을 위한 세제 금융대책도 아울러 마련해야 한다. 중도금대출 등
주택자금을 비롯 소비자금융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들이 기업
대출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물꼬를 소비자금융쪽으로 터주는 것은
더욱 긴요하다. 생필품화한 내구성 소비재에 대한 특소세면제조치 등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