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 누가 더많은 생산물을 낼 수 있느냐에 따라
경제전쟁의 승패가 가려진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자본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결국 더많은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적인 의미로 "부가가치(Value added)"란 GDP(국내총생산)를 구성하는
요소를 말한다.

생산활동에서 창출된 재화와 서비스중 투입요소를 뺀 가치를 더한 것이다.

그리고 GDP 성장여부는 그 나라 경제의 체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물론 GDP가 정확히 어떻게 산출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생산과 서비스활동과정에서 무조건 부가가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가치를 창조하지 못할 때도 있다.

최근 통화가치폭락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가 바로 그런 사례다.

가치를 창조하는게 아니라 파괴한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노동 및 자본비용을 더해 만든 최종생산물의 가격이 투입비용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품을 실컷 생산해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없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경제(GDP 성장률)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말이후 외환위기를 겪은 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지난 89년 이후 한국에서는 동일한 양의 GDP를 생산하는데 갈수록 더 많은
순자본이 투입되는 경향을 보였다.

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OMJ 보고서는 부가가치를 구성하는 4개의 요소중 임금과 경상이익부문을
주된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임금비용증가율과 경상이익증가율이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점이다.

임금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물론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임금이 이익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게 마련이다.

노동의 가치와 질도 급속히 개선되고 노동의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임금인상속도는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선진국처럼 기계보다 두뇌파워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지식사회가
올때까지는 말이다.

80년대말이후 한국에서는 두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의 경영자들은 자금의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했다.

노동력도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썼다.

어느 특정 연도의 부가가치가 임금 혹은 경상이익중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다음해의 경제성장률을 알기 위해선 전년도의 부가가치가 어떻게 구
성됐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과 노동이라는 요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본은 신산업을 건설하는데 활용돼야 하고 노동은 더많은 임금을 벌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노동의 경우 노동법이 유연한 노동활용을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대기업들은 불필요한 인력을 그냥 고용하는 경우도 잦았다.

국가경제적으로 큰 낭비였던 셈이다.

노동뿐 아니라 자본효율도 크게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자본공급부족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기업들이 해외에서
1천6백억달러라는 자금을 들여왔다.

해외금리는 국내금리보다 싸다고 생각하고 경쟁적으로 자금을 끌어다 쓴
것이다.

물론 80년대 후반 한국에도 자본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호기가 있었다.

만약 투자사업과 대출이 신중하게 이뤄졌다면 한국은 경제성장을 이끄는데
필요한 자본정도는 스스로 댈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지난 88년에서 98년까지 국내외 지급준비금을 충실하게 쌓아 왔다면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빚을 갚기 위한 파이낸싱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파이낸싱을
하는 국가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못했을까.

두가지 이유가 있다.

거미줄망같은 규제가 없어지지 않았고 부적절한 외환정책이 계속됐다.

80년대 후반이후 모든 규제가 비효율을 가져온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런 규제 때문에 국내 시장은 외부세계와 경쟁을 피해갈 수 있었다.

경영인 등 경제주체들조차 모든 생산요소가 비효율적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무관심했다.

규제는 가치를 파괴한다.

자본효율을 파괴하고 경제를 크게 왜곡시킨다.

2가지 예를 들어본다.

지주회사설립금지는 결국 한국 대기업으로 하여금 자본을 낭비케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만약 이런 제도가 미국에 있었다면 대부분의 미국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됐을 것이다.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조차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동산 등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풍토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정책자금을 제외하고 한국의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하지
않았다.

저축이나 채권 주식 혹은 미래사업전망을 보고 대출을 결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기업들은 더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돈을 빌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과정에서 다른 많은 기업들은 단기 자금을 구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게
된다.

결국 규제로 인해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기업에 대출이 이뤄지는 관행이
반복됐다.

수천개의 이런 규제가 서로 작용할 경우 자본 등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진수성찬을 차리는 것을 낭비라고 여긴다.

그러나 잔치는 참석자들에게 훌륭한 식사라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와 같이 규제가 많은 환경에서는 아무런 소득없이 자본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파괴되는 자본으로 우리가 생각지 못할 엄청난 수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 정리=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