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 성경.

책갈피 어디에서도 해가 지지 않는다는 스테디셀러.

성서는 기독교 경전일 뿐만 아니라 서양문명의 뿌리를 이룬 문학의 보고이기
도 하다.

최근 번역출간된 월터 웽거린의 "성서"(전5권 황금가지)는 소설로 읽는 성경
이야기다.

시대 배경은 구약의 "창세기" 중반부부터 신약의 "사도행전" 전반부까지.

히브리 민족이 겪어온 이방의 역사를 인류사와 접목시키면서 마치 "지금 이
곳"의 일을 관찰하듯 생생하게 묘사한다.

96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성서를 단순한 이야기체로 풀어낸
기존해설서와 달리 고급문학의 품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는 신학을 전공한 대학 교수.

그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역사 속의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성서의 신성함과 현실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의 상상력을 수천년
전의 과거로 안내한다.

따라서 이 작품에는 신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사랑과 징벌, 분노와 원망,
자비와 믿음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보통의 종교소설이 갖는 상투적 문장이나 찬양도 거의 없다.

이 작품이 문학적 보편성을 획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내 소설은 성서가 아니라 성서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소설의 기둥은 신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긴 "약속"의 역사다.

그 약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갖가지 사연들이 곁가지를 이룬다.

이미 다 아는 것같지만 미처 몰랐던 성경속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번에 나온 것은 1~3권.

나머지 두권은 11월초 출간될 예정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