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 아파트값을 럭비공에 비유하곤 한다.

좀처럼 방향을 종잡을 수 없어서다.

약보합세가 몇개월 지속되면서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수면아래에선
밀고 당기기가 치열하다.

소폭이나마 매매값과 전세값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가격이 빠지는 곳도 있지만 매물이 달려 가격이 오르는 것도 의외로 많다.

외부변수에 따라 가격변동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불안한 평온"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헷갈리는 사람은 수요자들이다.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까, 주택구입 적기가 언제인가 등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이를 종합하면 대략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같은 안정세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집값이 일단 꺾인 만큼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게 위축돼
추가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실업률 급증, 임금상승률 둔화 및 가계소득감소 등이
맞물려 더 이상 가격이 오를 소지가 없다는 것.

설사 당장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상당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아파트값 상승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주택구매력은 실물경제가 회복돼도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는 배경을 깔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제경제위기 상황도 이같은 견해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동남아 러시아 남미 등 세계각국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어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게 뻔하다는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반감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가격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파악한다.

IMF 여파로 집값이 폭락한 이후 조정국면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 상승
가능성을 예고해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집값이 거의 바닥에 도달한 만큼 호재가 발생하면 곧바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가격상승에 대한 여러 논리도 제시한다.

우선 수도권의 전세값이 매매값의 50%를 넘는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다.

전세값이 매매값의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언제나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73%선에 불과한 것도
이유로 든다.

주택보급률이 90%대로 높아질 때까지는 집값이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수도권 택지난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도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급이 달리면 가격이 오른다"는 원리는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주택 대기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서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가격상승이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올 연말부터 내집마련을 시도하는게 좋다고 보고 있다.

오름세로 반전된 때보다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을 때 집을 마련하는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어느쪽 전문가들의 분석이든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주택구입시기를 언제로 잡든지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조건이 있다.

먼저 꼼꼼히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격이 싸다고 물건을 잡아 놓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 갚기 벅찰 정도의
자금을 융자받으면 곤란하다.

교통여건과 단지규모도 따져야 한다.

지하철 역세권 아파트와 5백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는 가격하락기에 낙폭이
작은 반면 가격상승기에는 많이 올라 투자가치가 높다.

시공업체의 지명도는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아파트의 경우 건설업체가 부도를 내더라도 주택공제조합이 분양보증을
서고 있어 입주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공사가 지연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구입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시세차익을 원한다면 서울보다는 개발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택하는게 좋다.

거주가 목적일 경우 직장 가까운 곳이 바람직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