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이 총체적 위기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수주난으로 건설업체의 경영상태는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장규모가 크게 축소됐는데도 응찰업체 수는 별로 줄지 않아서다.

"파이"가 작아짐에 따라 수주경쟁도 거세다.

10여개 업체가 참가하던 1백억원 수준의 중소형 공사에는 50개 이상
업체가 뛰어든다.

몇몇 대형업체만 독식하던 1천억원 이상 대형공사에도 10~20개 업체 참여는
다반사다.

치열한 수주전은 저가입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1백억원 이상 공공공사의 경우 낙찰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1.4~3.4분기 평균 낙찰률은 공사예정가 대비 85~88%선을 유지했으나
3.4분기의 낙찰률은 75.8%로 큰폭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덤핑공사가 증가했다는 말이다.

이는 건설업체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으로 건설업계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업계는 불황기 타개책으로 "전문화"를 꼽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소모전을 벌이는 것보다 경쟁우위
업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또 전문화 이외에 <>시장의 세계화 <>기능의 종합화
<>기술경쟁력 강화 등으로 현위기를 모면하려 애쓰고 있다.

시장의 세계화는 궁극적으로는 현지화다.

즉 우수한 현지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파이낸싱 능력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기능의 종합화는 최신 기술의 설계반영, 시공의 단순화, 기능인력의
최소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경쟁력은 기획 설계 시공 영업 서비스 등 기본적인 활동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밖에 구매 기술개발 경영관리 등 지원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자재와 정보의
효율적인 조합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성장전략을 살펴본다.

<> 현대건설 =도급 등 단순시공에서 벗어나 투자를 동반한 개발사업쪽으로
수주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프로젝트관리(PM), 건설사업관리(CM) 등 선진 경영기법 도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기술경쟁력 강화와 상통한다.

해외조직 개편을 통한 현지화도 적극 추진중이다.

외국업체에 대한 벽이 높아짐에 따라 현지 인맥구축의 중요성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 대우건설 =인텔리전트빌딩 원자력발전소를 특화품목으로 삼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 정보 기술능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 선진 전문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현지 밀착경영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외에 동남아권에서는 국가별로 수주품목 전문화도 추진하고 있다.

환경관련 프로젝트(태국), 주거 및 상업시설(필리핀) 등이 바로 그것이다.

<> 삼성물산 =장기적으로 건축비중을 줄이고 항만 발전소 등 토목비중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또 건설부문의 시공기술과 무역상사부문의 금융조달 및 아웃소싱 능력을
통합, 시너지 효과를 제고해 나갈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병원 복합빌딩(말레이시아), 항만(싱가포르), 석유화학 및
발전소(대만) 등에 치중하고 있다.

<> LG건설 =사업성이 낮은 단순 수주형 사업보다는 외국 건설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개발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별로 현지 전문가를 양성할 방침이다.

또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위주의 공사에서 탈피, 주요 거점지역 선정을
통한 사업지역 다핵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대림산업 =정유 가스 발전소 석유화학공장 등 플랜트 분야를 특화하고
있다.

계열사인 대림엔지니어링과 연계, 수주에서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양사의
강점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토목과 건축분야에서는 기획개발형 사업을 확대, 자금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시장공략을 강화키로 했다.

<> 쌍용건설 =지분참여를 통한 개발형공사 수주, 특화부문을 중심으로 한
전문화 및 공종의 다각화, 수주시장 다양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세계 최고층 호텔인 싱가포르 웨스틴 스탬포드와 말레이시아
셀라양병원 등을 시공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텔 병원 등 고급
건축물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 SK건설 =석유화학분야 플랜트가 주력이다.

태국 멕시코 등 진출 경험이 있는 국가에서도 기존 발주처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인력 및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글로벌 소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그룹차원에서 추진중인 세계화 계획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 삼환기업 =인프라 수요가 많고 개발형 사업 확대가 예상되는 아시아
국가를 중점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이미 진출해 있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수주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몽골시장을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주활동도 강화키로 했다.

<> 신화건설 =플랜트 전문업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시장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에 편중됐던
해외시장을 동남아 중국 등으로 다변화하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