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공조가 급진전되고 있다.

각국이 잇달아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있으며 세금감면과 재정지출 확대
등의 경기부양 조치도 속속 내놓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게 응급수혈할 수 있도록 국제통화기금(IMF)
에 대한 신규출자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주 들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뚜렷하게 안정을 되찾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선진국들의 연쇄적인 추가 금리인하가 결정적인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 15일 재할인률과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로
인하하자 즉각 캐나다와 홍콩이 화답했다.

캐나다와 홍콩은 16일 각각 재할인률과 예금이자율을 0.25%포인트씩 낮췄다.

영국 중앙은행의 에디 조지총재도 이날 하원 재정위원회 증언에서 금리인하
의 필요성을 강조해 조만간 금리를 또 다시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도 금리를 낮추거나 지불준비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이어 주요국들이 금리를 내릴 경우 그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
된다.

미국과 일본 등이 지난달 금리를 내린 것으로 시작된 1차 금리인하가 "병의
악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2차 금리인하는 "병의 치료"를 직접
겨냥했다고 할 수 있다.

1차 금리인하 때만 해도 선진국들간의 공조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책임공방이 더 치열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상황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타임지는 "이같은 변화로 세계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금리인하를 주저하고 있는 독일이 세금감면과 재정지출 확대 등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일본의 금융개혁 법안이 통과된 시점에 추가금리인하
가 단행됨으로써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30조엔을 쏟아부어 내수시장을 회복시키기로 했다.

또 3백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아시아 국가들에 지원한다는 "미야자와 플랜"
도 수립해 놓은 상태다.

부실금융 정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완비했다.

이런 움직임들이 시너지효과를 낼 경우 세계경제의 모습을 달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IMF 금고가 다시 채워지게 된 것도 국제공조의 한 단면이다.

최대 출자국인 미국이 IMF지원안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다른 국가들이
잇달아 출자금을 내놓을 게 확실하다.

유럽에서도 추가출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1천억-1천5백억달러
규모의 "세계경제 위기방지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위기국들에게 보다 신속하게 자금이 공급되는 길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변화만으로 세계경제가 금방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 등 중남미와 러시아의 상황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잇달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세계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독일 등이 아직 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도 공조의 힘을 빼는 요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공조만으로도 급한 불은 잡을 수 있다는게 금융전문가들
의 진단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